‘극장 금메달’ 박상영, 진짜 인생 역전극 상영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6.08.10 07:10  수정 2016.08.11 10:11

10-14 뒤지다가 종료직전 연속 5득점 '금메달'

소름 돋는 극장 금메달 만큼 오는 과정도 드라마

펜싱 금메달 박상영 ⓒ 게티이미지

소름 돋는 찌르기였다. 한국 펜싱대표팀 막내 박상영(21)이 대역전 찌르기로 금메달을 따냈다.

박상영은 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제자 임레(42·헝가리)를 15-14로 눌렀다. 3피리어드 중반까지 10-14로 4점차 열세에 몰려있던 박상영이 5연속 득점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따낸 금메달이라 소름이 돋았다.

한국 펜싱 사상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은 박상영이 최초다. 박상영 금메달로 한국 펜싱은 리우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랭킹인 11위 박경두, 런던올림픽 동메달-인천아시안게임 2관왕 정진선도 이루지 못한 쾌거를 ‘막내’ 박상영이 해낸 것이다. 금메달 후보들의 잇따른 탈락으로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한국 선수단 전체에도 큰 힘이 됐다.

상대 임레는 5번째 올림픽 무대를 치르는 베테랑이다. 박상영과의 나이 차이도 무려 21살이다. 박상영은 임레를 두 번이나 꺾은 전적이 있지만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임레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박상영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찌르고 빠지며 9-13에서 4점을 더했다. 박상영이 10-14로 뒤질 때까지만 해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하는 듯했다. 하지만 과감한 찌르기로 종료 직전 기적 같은 대반란을 일으켰다. 피스트에서 펄쩍 뛰며 포효하는 박상영에게 임레는 손을 잡으며 '투항'했다.

금메달 유력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던 박상영의 기적 같은 ‘깜짝 금메달’은 행운이 아니다.

박상영은 32강전에서 세계랭킹 19위 파벨 수코브(러시아)를 15-11, 16강에서는 '세계랭킹 2위' 엔리코 가로조(이탈리아)까지 15-12로 제압하며 자신감을 충전했다. 8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10위 막스 헤인저(스위스)는 15-4로 가볍게 누르고 올라오며 펜싱 에페 최강자가 될 자격을 보여줬다. 그리고 결승에서 환상적인 역전극으로 금메달을 찔렀다.

꼬불꼬불한 길을 헤쳐온 박상영. ⓒ 게티이미지

'펜싱 극장'에서나 볼 수 있는 박상영의 금메달 못지 않게 그가 걸어온 길은 꼬불꼬불했다.한국 펜싱대표팀 최고령 남현희와 띠동갑을 넘는 나이 차이의 ‘어린’ 박상영이 금메달까지 오는 과정은 굴곡이 심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박상영은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다섯 손가락에 드는 에페 선수였다. 2013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에페 남자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난해 십자인대 부상 탓에 피스트를 떠나면서 랭킹이 급격히 하락, 메달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박상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시간보다 감내하기 어려운 재활 과정을 성실히 마치고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월드컵대회 동메달,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인내와 끈기로 재무장한 박상영은 기어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은 무대에서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피스트에서의 포효는 한편의 인생 역전극에 감칠맛을 더했다. 박상영의 인생 역전극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의 나이는 이제 21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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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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