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내 편 있다면…윤여정 김고은 '계춘할망'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5.08 07:55  수정 2016.05.08 09:36

제주도 배경…해녀할망과 불량손자 이야기

'표적' 창 감독 연출…"누구나 공감할 것"

배우 윤여정과 김고은이 영화 '계춘할망'에서 호흡을 맞췄다.ⓒ(주)콘텐츠난다긴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내가 네 편 해줄 테니, 너는 너 원대로 살라. 내가 다해줄게."

영화 '계춘할망'에서 해녀 계춘(윤여정)은 손녀 혜지(김고은)에게 '내리사랑'을 준다. 두 사람은 무려 12년 만에 재회했다.

12년 전 서울의 한 시장에서 혜지를 잃어버린 계춘은 혹여나 혜지가 찾아올까 봐 제주도 집을 지킨다. 실종된 혜지는 가출한 10대들과 뒷골목을 전전하다 범죄에 휘말리고, 배가 고파 우유를 마시다 '이혜지를 찾는다'는 미아찾기 광고를 본다.

무려 12년 만에 할머니 품으로 돌아간 혜지는 할머니가 어색하기만 하다. 눈물을 쏟으며 손녀를 만난 계춘은 마을 사람들과 잔치를 여는 등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간다.

계춘은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손녀 생각만 가득하다. 계춘에게 혜지는 마냥 예쁘고, 인형 같은 '내 새끼'다.

그러나 혜지는 무언가 숨긴 듯, 도통 마을 사람들과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딘가 수상한 혜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은 커지가고, 급기야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계춘할망'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할망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다. '표적'(2014)을 연출하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유명한 창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배우 윤여정과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계춘할망'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다.ⓒ(주)콘텐츠난다긴다

창감독은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무 이유 없이 무한한 사랑을 주는 소중한 사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중국 리메이크 판권 사전 판매를 마쳤다. '계춘할망'은 제주도 올로케이션을 진행해 제주도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았다. 유채꽃밭, 파란 바다, 아기자기한 돌담, 사려니 숲, 풍차 해안도로 등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제작진은 제주도 주민이 거주하던 집을 빌려 계춘 할머니의 집을 완성, 있는 그대로의 제주도를 모습을 담아냈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후반부 나오는 반전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펼쳐진다. '계춘할망'의 가장 큰 미덕은 손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사랑을 소박하게 그려낸 점이다. 자극적인 양념을 뿌리지 않은, 뒷맛이 개운한 작품이다.

억지 눈물을 쥐어 짜게 하는 요소도 없다. '손녀가 너무 예뻐 미칠 것 같은' 계춘의 눈을 보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는 극 후반부 관객들의 눈물샘을 건드린다. 할머니의 사랑을 느껴 본 관객들이라면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릴 듯하다.

'계춘할망'은 혜지를 향한 계춘의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 "당신에게도 온전한 '내 편'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지라도,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생의 이치를 길 어올린다. 누군가 내게 '내 편'이 돼주는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네 편'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배우 윤여정과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계춘할망'을 연출한 창감독은 "아무 이유 없이 무한한 사랑을 주는 소중한 사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주)콘텐츠난다긴다

마을 사람들로 분한 사람들이 펼치는 소박한 유머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다만, 화려한 입맛에 길들어진 관객들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윤여정은 계춘으로 분해 연기 내공을 펼쳤다. 윤여정은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부모의 사랑과는 다르다. 어렸을 때 증조할머니와 살았는데 잘 못 해드려 너무 죄송했는데 할머니에게 바치는 선물과는 영화가 '계춘할망'"이라고 전했다.

언론시사회 때 윤여정은 "영화에 나온 내 늙은 모습이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착잡했다"며 "엄마가 아흔세 살이신데 수술을 받고서 현재 실버타운에 계신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은교',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등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던 김고은은 사랑스러운 혜지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20대 중반 나이지만 고등학생 캐릭터가 어울릴 만큼 맑은 이미지가 돋보였다.

할머니와 6년째 살고 있다는 김고은은 제작보고회 때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할머니가 내게 관심을 쏟는 게 불편해서 삐뚤어지게 행동한 적이 있다. 영화 속 대사처럼 할머니가 '네 편 하나만 있으면 살 만하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최근엔 아프셨는데 내가 '이젠 내가 할머니의 편이 될게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계춘할망의 지원군 석호로 분한 김희원과 미술 선생 역을 맡은 양익준이 '깨알 재미'를 준다. 샤이니 출신 민호는 혜지의 소꿉친구 한 역을, 류준열은 혜지를 괴롭히는 친구 철헌 역을 각각 맡아 존재감을 드러낸다.

5월 19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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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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