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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공연 때문에 불행…노래 안 하려 했었죠"


입력 2016.01.31 16:05 수정 2016.02.01 01:03        이한철 기자
배우 박소연이 뮤지컬 '투란도트'를 통해 오랜 만에 서울 관객들을 찾아온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배우 박소연이 뮤지컬 '투란도트'를 통해 오랜 만에 서울 관객들을 찾아온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다시는 노래를 안 하려고 했었어요. 공연이 내 삶을 불행하게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2009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배우 박소연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다 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에 입문한지 5년여 만에 차세대 뮤지컬 디바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또한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꺼번에 찾아온 박소연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작품을 통해 맺은 사랑의 결실은 불과 8개월 만에 '이혼'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으로 덧씌워졌고,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뮤지컬배우로서 박소연의 삶도 송두리째 앗아갔다.

무엇보다 편견 어린 따가운 시선들은 마음 여린 박소연에겐 견디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 무엇도 사랑과 이별의 아픔보다 더한 것은 없었다. 박소연은 결국 무대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엔 아무도 만나고 싶지가 않았어요. 내 스스로가 점점 폐쇄적인 사람으로 변해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6개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칩거생활을 이어가던 박소연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오르게 된 초라한 무대였다. 뮤지컬배우에 대한 뜻을 접었다 하더라도 봉사활동 중 재능기부를 해달라는 거듭된 요청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노래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여러 번 사양했는데 계속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무대에 오르기로 했죠."

화려한 조명이나 음향시설이 갖춰진 정식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이 공연은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20분 동안 무슨 생각으로 노래했는지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노래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여자 분이 오셔서 '최근에 많이 힘들었는데 노래를 듣는 동안 다 잊게 되더라. 고맙다'고 인사하셨어요. 진짜 생각 없이 부른 노래인데, 그런 노래조차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후부터 박소연은 "노래를 하라고 태어났나보다.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박소연은 노래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박소연은 노래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그렇게 용기를 얻은 그녀에게 때마침 찾아온 작품이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초연을 앞두고 있던 뮤지컬 '투란도트'였다. '투란도트'는 결과적으로 5년 후 박소연을 중앙 무대로 다시 불러낸 고마운 작품이 됐다. 오는 17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뮤지컬 '투란도트'는 박소연의 뮤지컬인생 제2막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기간 대구에서 짧게 공연됐던 '투란도트'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박소연에겐 설레는 무대다.

"저한텐 중요한 터닝포인트 같아요. 그동안 지방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중앙 무대로 와서 컴백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기뻐요. '투란도트'는 제가 가장 어려울 때 시작했고,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해준 작품이죠. 그래서 너무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사실 박소연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복귀를 준비했다.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5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빛골 아리랑'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무대 감각을 익혔다. 지난 1년이 준비의 기간이었다면 '투란도트'는 본격적인 출정식이 될 전망이다.

세상과의 만남에 소극적이었던 박소연을 스스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박소연은 "내 삶의 주인이 비로소 내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주인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올 1월 1일 한 방송에서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을 불렀어요. 나는 나만의 것 나의 주인은 나다. 난 자유를 원한다는 이 곡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한해를 시작했죠."

한때 주위로부터 "너무 어두워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박소연이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픔의 공간들을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로 채울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투란도트'로 시작되는 그녀의 뮤지컬 인생 제2막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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