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운용계획 내놓고도 '출범 전'만 반복에
'책임 주체·위험 분담' 불투명 우려 제기돼
최보윤 "'노후자금' 정책수단 동원하려는
어떤 형태의 외압도 용납하지 않을 것"
이재명 정부가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추진하면서 연기금 자금을 사실상 전제로 한 홍보와 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연기금·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강조하지만, 주무부처와 국민연금은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책임 주체와 위험 분담이 불투명하단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연기금 동원론이 정책적 외압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19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3월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과 9월 '국민성장펀드 조성 및 운용계획'을 각각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미 운용 구조와 일정까지 구체화된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는 아직 출범 전이라 기금운용심의회도 구성되지 않았다"며 공식 논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연기금·민간금융권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투자 구조가 담겨 있어 단순히 '출범 전'이라는 설명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연기금과 민간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사전 할당이나 납입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정부 재정을 후순위로 투입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적 인센티브를 공식 문서에서 인정했다. 이 또한 사실상 정책적 유도를 통한 강제성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와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해 출자 협의나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고,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하거나 대외투자 재원 충당 가능성을 검토한 바도 없다"고 일축했다.
연기금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정책 홍보와 주무부처·기금 등 실제 운용 주체 모두가 '모른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연기금 동원론'은 정책적 외압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본질적으로 가입자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안정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산업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라 연기금의 운용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국회가 "국민성장펀드가 대외투자(3500억 달러) 재원 충당과 연계될 수 있느냐"는 점을 짚었지만, 금융위는 끝내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막대한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의사결정 경로와 참여 주체, 위험 분담 구조가 투명하게 제시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보윤 의원은 "국민성장펀드에 연기금이 '자발적 참여'한다는 식의 홍보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국민 노후자금을 정권 홍보용 간판 펀드에 끌어다 쓰려는 어떤 형태의 외압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오는 12월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키고 150조원 규모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500조원에 달하는 첨단산업 투자 수요에 대응하면서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벤처·기술기업의 스케일업, 지역 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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