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배에게 디스당하는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1.26 10:24  수정 2016.01.26 10:27

선진화법 개정-인재 영입 놓고 연일 압박

“길 갈 때 차 조심하라” 불쾌감 드러내

정의화(왼쪽)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압박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의도 대선배’ 5선의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 후배들에게 압박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선수가 낮은 의원들이 자신의 심리를 자극하자 언짢은 모양새다. 심지어 “차 조심하라”는 불쾌감까지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국민의당 입당설과 관련해 친정인 새누리당 의원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공세를 받고 있다. 정 의장에게 쓴소리를 내뱉는 대표적인 인물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조 원내수석은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공했다. 그는 “한 언론에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왔는데 오보이길 바란다”며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주길 부탁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조 원내수석이 정 의장을 향해 ‘비아냥거렸다’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평이다.

이를 들은 정 의장은 다음 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꾸 그렇게 하면 그 친구 천벌 받는다.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그래”라고 조 원내수석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앞서 정 의장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16일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들고 찾아오자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확산되자 조 원내수석은 당황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한 발언이 ‘천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의원들의 십자포화가 조 원내수석의 마음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이노근 의원은 25일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최근 조 원내수석과 있을 수 없는 말싸움에 대해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조 원내수석은 자기 책무에 충실하면서 법안 상정에 지금까지 노력해왔다”며 “‘천벌 받는다’ 이게 어떻게 의장이 할 얘기인가. 이 문제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정 의장이 취하고 있는 입장은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오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한다”며 “의장의 소신을 명확히 보여줘야 시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친박계는 조 원내수석과의 공방을 표면에 드러내진 않았지만,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관련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정 의장은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년 동안 5대 국회에 걸쳐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은혜를 입은 새누리당을 저버리는 일 역시 결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의장의 이러한 배수진은 친정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진퇴양난’에 빠졌고, 이번 긴급 기자회견이 말 그대로 ‘급박한’ 심경을 담은 것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 포로”…친박, 김무성 흔들기 돌입?

김 대표도 상향식 공천과 관련해 연일 공격받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인재 영입 절대 불가를 고수하는 김 대표 때문에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고, 야당이 연일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데 비해 새누리당은 여론 몰이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

특히 김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대성 의원을 인천 남동갑에 출마시키자 친박계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지난 23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을 하고 있는데 여당은 인재 영입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친박계의 불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신호탄이 됐다. 홍 의원은 25일 K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낱말에 포로가 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상향식 공천인지 잘 모르겠다”며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서는 인재 영입을 통해 당이 새로워지기 위해 그야말로 몸부림 치고 있는데, 여당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어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된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친박계의 움직임은 김 대표와 그를 지탱하고 있는 비박계를 흔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최 의원을 구심점으로 삼아 당권을 잡고,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정치를)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을 억지로 (영입)하고 그런 것은 선거에 맞지 않다”며 홍 의원을 향해 “정해진 일에 대해 자꾸 비판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될지 중진의원으로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친박-비박 양 진영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주중 출범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 인선 구성과 관련해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