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조직 격상·M&A 체제 구축
삼성은 플랙트 인수 기반 중앙 공조 재편
LG는 ES본부 격상·현지화로 수주 가속
플랙트그룹이 공급하는 공기냉각, 액체냉각 등 주요 공조 솔루션 제품들 사진.ⓒ삼성전자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냉각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이 전자업계의 새로운 전략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투자 속도를 높이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가운데, 업계 내부에는 "AI 시대 인프라 시장의 판도가 HVAC를 중심으로 다시 짜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생활가전(DA) 사업부 내 에어솔루션팀을 강화했다. 냉난방공조(HVAC)를 이끌던 최항석 생활가전 에어솔루션 사업팀장을 부사장 승진시키며 조직 확장에 공을 들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HVAC 기업 플랙트그룹 인수를 마친 뒤, 새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갖추고 사업 구조 재정비에 들어갔다. 플랙트는 유럽 전역에 생산·유통망을 가진 중앙공조 전문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데이터센터·산업용 냉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교두보'라고 평가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AI 서버 등 고발열 산업을 다뤄온 경험을 HVAC에 접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수요가 커질수록 냉각 경쟁력도 핵심이 된다. 삼성전자가 플랙트를 중심으로 중앙공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확장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 전시회인 ‘ISH(International trade fair for sanitation, heating and air) 2025’에 참가한 OSO社의 부스 전경ⓒLG전자
이보다 공조 시장에서 먼저 움직인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올해 조직 개편에서 ES사업본부를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기존 주력이던 가전 및 전장 사업과 나란히 전사를 끌고 갈 주요 축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외에 회사는 R&D·영업·기술 적용을 현지에서 자체 완결할 수 있는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특히 글로벌 M&A 기회 발굴을 전담하는 ES M&A 담당을 신설해 공조 부문에서 대규모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까지 HVAC 사업을 맡은 ES사업본부 매출이 7조8658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는 전사 매출의 12%에 해당한다. LG전자는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 '넷제로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업무협약, UAE 엑스포시티 두바이 프로젝트 수주 등 중동을 중심으로 대형 인프라 사업을 잇달아 확보하며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지난 9월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 지분 100%를 1673억원에 취득,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OSO가 주력하고 있는 온수 솔루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유럽 맞춤형 제품을 내놓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마련한 1조8000억원의 투자 여력도 향후 HVAC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양사의 이같은 공격적 행보는 시장 성장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2024년 약 310억6000만 달러(45조7016억원)에서 2034년 545억4000만 달러(80조2501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AI 인프라 확산으로 인한 냉각 수요 증가는 시장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고성능 GPU·NPU 클러스터는 기존 건물 냉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냉각 기술 자체가 AI 산업 경쟁력의 일부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성장하는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플랙트 인수를 발판으로 중앙공조 기술의 깊이를 확장하고 있다면, LG전자는 미국·중동·유럽 등 현장을 중심으로 네트워크와 수주 기반을 넓히며 시장의 폭을 키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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