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환율 소방수' 등판…환율 안정 기대 속 '한계론'도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2.17 07:03  수정 2025.12.17 07:03

국민연금, 한시적 전략적 환헤지·외환스와프 계약 1년 연장

고환율 이어지자 추가 연장…변동성 완화·원화 약세 기대

전문가 "달러 수요 압력 낮춰 환율 상승세 완화에 기여할 것"

"1450원대 하락 가능성 있지만…중장기적 효과는 어려워"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외환당국과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 자산에 적용해 온 10% 전략적 환헤지 기간도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최근 원·달러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의 '소방수'로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환율의 추세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외환시장 내 달러 수급 부담을 완화해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올해 말 종료되는 '한시적 전략적 환헤지'를 1년 더 연장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지난해 12월 환율 급등 이후 환율 변동성에 따른 환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 환헤지 기간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했는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이를 내년까지 추가 연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한국은행과 체결한 65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도 2026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한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필요한 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최대 650억 달러 한도로 먼저 빌려 쓰고, 이후 동일 금액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지 않아도 돼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원화 약세를 막는 효과가 있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불안 국면에서 외환스와프 거래가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시장 밖에서 흡수하는 역할을 해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기금위는 전략적 환헤지를 시장 상황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탄력적 운용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환헤지 발동 기준이 비교적 고정돼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예측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향후에는 환율 수준과 시장 여건에 따라 보다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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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 압력을 낮춰 단기적인 환율 안정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글로벌 달러 강세 등 구조적 요인이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는 만큼, 중장기 추세를 뒤집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와 한은과의 외환스와프 연장은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시장 밖에서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 압력을 낮춰 환율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 환헤지가 실제로 발동될 경우 달러 공급 효과로 145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글로벌 달러 강세와 미국의 통화정책·재정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어 중장기적인 추세 반전 효과는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환헤지는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는 수단이지만 환차익 기회를 제약해 장기 수익성과 일부 충돌할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고환율 국면에서는 헤지 비용보다 시장 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부연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단기적으로 볼 때 외환스와프 연장 조치는 외환시장 수급과 심리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환율을 10~30원 내외 낮추는 효과는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는 환율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과도한 쏠림이나 급등 속도를 완화하는 완충장치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환율 흐름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한국의 구조적 자본 유출 등 대외·구조적 요인이 주도하고 있다. 환헤지와 스와프 조치만으로 환율의 중장기 추세를 전환시키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며 "결국 환율 흐름은 여전히 미국의 통화정책과 글로벌 달러 유동성, 해외자산 투자 흐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통화스와프의 효과를 보다 제한적으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 스와프는 실제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공급하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계약 체결 자체만으로도 시장 참가자들에게 심리적 안정 신호를 주는 만큼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미국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자금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며 "스와프가 체결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는 불안정성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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