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의 업적과 달리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코치는 프로무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연합뉴스
· 한국 야구대표팀에 기적적인 우승을 선사한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2015 프리미어12’에서 환상의 궁합을 선보였다.
2006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9년 만에 한 팀에서 코칭스태프로 호흡을 맞춘 둘은 적재적소의 용병술을 바탕으로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대표팀을 정상까지 끌어올렸다.
양현종-윤석민 등 정상급 투수들이 대거 빠졌던 대표팀 마운드가 평균자책점 1.93의 짠물수비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야구계에서 투수 운용의 대가로 불리는 두 지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평가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두 전설이 프리미어 12를 통해 녹슬지 않은 지도력을 선보이면서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도 이들에 대한 재평가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두 지도자는 한동안 현장을 떠나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2009년 한화를 끝으로 프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KBO 기술위원장 등 행정 업무에 전념해왔다. 선동열 감독도 2014년 KIA를 끝으로 야인에 머물러 있었다. 두 사람이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현역 신분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대표팀에서의 업적과 달리 김 감독과 선 코치는 프로무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한화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9년 최하위에 그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한화가 이후 6년간이나 계속될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선동열 코치도 KIA 감독 시절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의 굴욕을 당했다. 한화와 KIA 팬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김인식-선동열 감독을 성토할 정도로 대표팀에서의 위상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도자라면 누구나 성공과 실패의 영욕을 겪게 마련이다. 때로는 순탄한 성공만을 거듭하기 보다는 실패의 경험이 사람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김인식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통산 980승으로 역대 최다승 3위에 올라있는 명장이다. 한국시리즈도 두 번이나 우승했다. 국제무대에서는 WBC 1,2회 대회에서 연달아 일본에 막힌 아쉬움을 풀어내고 2전 3기만에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전 감독이 6년이나 현장을 떠나있었음에도 경기흐름을 읽는 안목과 특유의 승부사 기질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인식 감독보다 나이가 더 많은 ‘야신’ 김성근 감독도 70대 나이에 현재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현역으로 건재하다.
선동열 감독은 이제 50대 초반이다. 감독으로서 한창 활약하고도 남을 시기다. 비록 KIA에서는 성과가 좋지 못했지만 여전히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는 상징성은 건재하다. 평생 야구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관록을 감안하면 언제든 명예회복의 기회는 충분하다.
국내 야구계에서는 한번 실패한 감독들을 흘러간 퇴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진정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실패도 많이 겪어본 인물들이 오히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당장 프로무대로 복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10개 구단이 현재 감독 인선이나 재계약을 완료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프로무대에서 다시 감독으로 활약하는 김인식-선동열 감독의 모습도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아직도 충분한 능력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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