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간판 타자 김현수가 홈 쇄도 후 상대 포수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투혼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결승 득점을 올렸지만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김현수는 2-2 동점이던 5회말, 오재원의 중견수 플라이 때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홈플레이트 앞에는 넥센 포수 박동원이 자리를 잡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충돌이 일어났고 박동원이 공을 놓친 사이 김현수가 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세이프.
하지만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김현수는 득점 후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놀란 두산의 더그아웃에서는 트레이너와 코치들을 긴급 투입해 상태를 살폈다. 결국 김현수는 부축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으나 이상 상태가 의심돼 6회초 수비를 한 뒤 교체 아웃됐다.
달려드는 주자와 이를 막으려는 포수. 그리고 여기서 발생되는 불가피한 충돌은 야구가 오랜 시간 고민을 안고 있는 난제 중 하나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갈린다. △주자는 포수를 피해 돌아가 홈플레이트를 터치한다. △포수는 보호 장비로 중무장했기 때문에 그대로 밀고 들어간다. △포수가 아예 동선을 열어줘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첫 번째의 경우 묘기를 부리지 않는 이상, 사실상 아웃이 될 수밖에 없다. 2번은 가장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등에서 사용되던 방법으로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주자와 포수, 양 측 모두 부상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롯데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는 홈으로 쇄도할 때마다 강력한 보디체크로 포수들과의 충돌을 마다하지 않았다. 포수가 길을 막은 것이 1차적 원인 제공이며, 단단한 프로텍트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자가 약자의 입장이라는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들 역시 포수가 길을 막게 되면 보디체크가 정답이라며 이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선, 후배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뿌리내린 한국에선 결코 쉽지 않은 선택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보디체크 역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의 포수 버스터 포지의 중상이다. 당시 포지는 플로리다와의 경기서 홈으로 쇄도하던 스캇 커즌스와 부딪혔다. 이번 김현수, 박동원의 충돌과 거의 흡사한 장면이었다.
피해자는 포수였던 포지였다. 포지는 아예 어깨로 밀고 들어온 커즌스에 의해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양쪽 발목 인대까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결국 메이저리그 규정에는 7.13 '홈 플레이트 충돌 방지'라는 규정이 추가됐다. 일명 ‘버스터 포지법’이다.
먼저 주자는 포수나 홈플레이트를 커버하려는 수비수와 부딪히기 위해 주로를 벗어나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하면 심판은 포수가 공을 놓쳤다 하더라도 아웃 선언을 할 수 있다. 또한 포수도 공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득점하려는 주자의 주로를 막아선 안 된다. 포수가 공을 받기 전에 주자를 막으면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모든 판정은 주심의 재량에 기반한다는 것이 골자다.
메이저리그의 규칙을 적용하면, 김현수는 박동원이 제대로 포구해 태그 시켰더라도 세이프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홈 충돌 방지법’이 아직 국내 리그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는 이 규정이 도입되지 않았다.
다행히 김현수는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하루 휴식기가 있어 경미한 부상을 다스릴 여유를 얻었다. 더욱 아찔한 부분은 넥센 포수 박동원도 크게 다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선수는 병원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팬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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