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을 통해 나온 돈이 승부조작과 불법도박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 연합뉴스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프로농구 ‘명장’ 전창진 감독이 25일 경찰에 출석해 16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전 감독은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자신의 지휘하던 팀(부산KT) 경기 결과를 맞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돈을 걸고 승부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은 혐의를 강력 부인,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승부조작 혐의 수사의 핵심은 전 감독이 그런 목적으로 후보 선수들을 기용해 조작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전 감독은 선수 기용과 관련해서는 “감독의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승부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농구계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과 2년 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며 농구계는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현역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프로스포츠 사상 농구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까지 약속했던 농구계로서는 이번에도 전 감독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크나큰 이미지 손상과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KBL은 이미 “전 감독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무조건 영구제명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승부조작 사태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역시 KGC 인삼공사 구단이다.
전 감독이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KT 시절이지만, 지난 시즌 이후 전 감독은 KGC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새 감독을 영입하고 야심차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려던 KGC는 전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한 달 넘게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감독 공석 상태에 빠졌다. 코치들을 중심으로 훈련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피할 수 없다.
KGC 구단은 일단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항간에서 제기됐던 전 감독의 경질은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전 감독도 조속히 수사를 마치고 팀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승부조작 혐의와 별개로 전 감독이 과연 더 이상 프로농구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어차피 농구계에서 완전 퇴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무혐의로 판명난다고 해도 이미 전 감독은 이번 사건으로 너무 많은 신뢰를 잃었다.
전 감독은 이번 사태가 자신과는 무관하게 지인들이 저지른 잘못이며, 경찰과 언론이 분명한 증거 없이 의혹을 확대시키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아무리 가까운 지인이라고 해도 사용처도 모르고 3억 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빌려줬다는 점, 그 돈을 개인의 사비도 아니고 왜 사채까지 끌어들여 마련해야했는지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어찌됐든 전 감독을 통해 나온 돈이 승부조작과 불법도박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본인의 주장대로 (불법도박에 쓰일지) 몰랐다고 해도 현직 농구인이자 프로농구 감독으로서 경솔한 처신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 감독은 그동안 빌려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25일 한 매체에서는 전 감독과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와의 녹취록을 공개, 전 감독이 이미 빌린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의혹들이 말끔하게 해명되지 않는 한 앞으로 농구장에서 팬들은 전 감독을 지켜볼 때마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 감독은 자신의 거취 문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KGC 구단과 팬들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애초 일신상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거나 구단에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만 해도 문제다.
전 감독은 본인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의 감독직에 대해서는 포기는커녕, 주변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 감독에게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KGC 감독이라는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서 비롯된 이번 승부조작 의혹으로 일어난 농구계 전체에 대한 우려와 불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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