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권좌의 종식, 무엇이 블래터 숨통 조였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6.03 09:41  수정 2015.06.03 16:25

기술위원회 위원 시작으로 40년동안 FIFA 재직

끊임 없는 뇌물 수수 혐의, 오른팔 잘리며 사퇴

블라터 회장은 재임 기간 내내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아왔다. ⓒ 게티이미지

지난 17년간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장으로 군림했던 제프 블래터(79) 회장이 결국 사퇴했다.

블래터 회장은 2일(이하 한국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FIFA 수장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해 국제 축구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나의 지난 FIFA 40년을 되돌아보고 이번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블래터 회장은 지난달 30일 5선에 성공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불과 5일 만에 사퇴 수순을 밟았다.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돈, 즉 뇌물이었다.

FIFA는 비영리단체라 세금도 내지 않고 이를 감시할 체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현금 보유액만 15억 달러(약 1조 6000억원)에 달하며 이들의 수장인 FIFA 회장은 월드컵 중계권과 마케팅 판매권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얻은 수익은 20억 9600만 달러(약 2조3200억원)였으며 이는 곧 블라터 회장에게 집중됐다.

블라터는 회장직에 오르기 전인 1975년 FIFA 기술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사무총장, 집행위원 순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그리고 FIFA에 몸담은 40년간 부정한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부정축재에 연루됐다는 부정적 시선이 있었지만 그의 연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블라터가 오랫동안 권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모순덩어리인 FIFA의 의결 구조가 큰 몫을 차지했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들의 투표로 이뤄지는데 모두가 똑같은 1표의 권리를 갖고 있다. 결국 지난해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과 카리브해 섬나라 턱스 앤 카이코스가 동등한 입장이라는 점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턱스 앤 카이코스는 지난 10년간 A매치를 13차례밖에 치르지 않은 축구 변방이다.

여기에 FIFA는 매년 모든 회원국들에게 약 8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턱스 앤 카이코스와 같은 약소국에게는 엄청난 돈이 아닐 수 없다. 블라터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남미, 카리브해 지역 등에 ‘축구발전기금’을 꾸준히 보냈다. 이들 회원국의 숫자만 해도 100개국에 달한다.

그에 대한 추문이 본격화된 것은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남아공월드컵의 경우, CONCACAF 집행위원들에게 1000만 달러(110억원)가 건네진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미국 FBI의 수사가 결정타를 날렸다. FBI는 스위스 경찰의 협조를 받아 이번 FIFA 총회 직전에 집행위원 등 고위직 7명을 체포하고, 14명의 축구계 인사를 무더기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블라터 회장의 오른팔인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마저 뇌물 수수 혐의가 포착됐다. 결국 숨통이 조여든 블라터 회장은 5선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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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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