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대표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안으로 쏘는 당대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의 공식입장과 관계없는 정 최고위원의 돌발언행에 지도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유대인이 히틀러에게’ 참배하는 것에 비유해 비판했다가, 하루 뒤에는 “나는 앞으로 문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우리 당의 지지율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다시 문 대표를 난처하게 만드는 데에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토요일 오후 4시 팽목항에서 실종자 수습과 진실규명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라면서 “문 대표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범국민대회 참석 일정은 논의된 적도, 결정된 적도 없는 상황이었다. 문 대표는 “일단 논의가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 최고위원은 결국 사고를 쳤다. 정 최고위원은 14일 2.8 전당대회 후 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자리에 홀로 불참했다. 같은 시각 정 최고위원은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가 주축인 도보행진단과 함께 범국민대회 참석을 위해 팽목항을 향해 걷고 있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문 대표가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개인 일정을 이유로 진도를 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범국민대회에 불참한 데 대한 ‘뒤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후 포문(砲門)의 방향은 정부 여당으로 바뀌었지만,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정 최고위원의 파격발언은 이어졌다. 일부 발언에는 기존 지지층도 떨어져나가게 만들 만큼 ‘저렴한’ 단어들이 사용됐다.
그는 같은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놓고 “참 두껍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고, 지난 대선 때 반말로 ‘노무현이가 NLL을 포기했다’며 부산 유세장에서 증오와 저주의 허위사실 유포하고선”이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두 얼굴의 사나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아니 여기에서는 이 말, 저기에서는 저 말, 진정성 결핍증을 앓고 있는 양심 불량자는 현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같은 편 박근혜 대통령도 노여워하고”라고 비꼬았다.
한편,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막말과 관련,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이 모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통합과 화해의 몸짓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야당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던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언짢음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 최고위원은 선명야당을 지향하는 '당대포' 역할을 자처했다. 이제 그 대포가 같은 당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같은 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정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 사과하고, 더 이상 정치와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삼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도 “정 최고위원의 막말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며 “막말을 또 다른 막말로 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쏟아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 대변인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모임 관련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하며 “이미 당내에서 한 차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정 최고위원의 막장 폭언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스스로 정 최고위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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