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한화 기라성 ‘발전적 결별’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12.08 11:02  수정 2014.12.08 11:07

김성근 사단 출범과 함께 ‘한화 레전드 코치 시대’ 종료

롯데·두산 코치-해설위원 등으로 새출발..제3의 야구인생

정민철, 장종훈 등 한화의 레전드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 연합뉴스

독수리 군단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발전적인 결별을 택했다.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강석천, 조경택 등 한화에서 오랫동안 선수와 지도자로 몸 담았던 독수리의 레전드들이 최근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팀을 떠났다. 일부는 타 구단으로 자리를 옮겨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는가 하면, 해설위원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인물도 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순혈주의 정서가 강했다. 선수 시절 구단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 스타들은 은퇴한 이후에도 코치로 영입하며 인연을 이어가곤 했다.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은 1999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이자 몇 안 되는 '영구결번' 멤버들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팬들의 애정도 두터웠다. 이들은 2012년 김응용 사단으로 요약되는 해태 출신 코칭스태프들이 대거 영입됐을 때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3년 연속 꼴찌에 그친 한화가 최근 김성근 감독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변화의 바람은 피할 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자신과 한솥밥을 먹었던 외부 코치들을 대거 영입하며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고양 원더스에서 함께 했던 김광수 수석코치를 필두로 니시모토 타카시, 쇼다 코조 등 일본인 코치들은 모두 '김성근 사단'으로 대표되는 인사들이다. 기존 구단 출신 코치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수장이 원하는 야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로 보좌진을 꾸리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한화처럼 기존 색깔이 워낙 강한 구단의 경우 팀 사정에 밝은 코치진들이 오히려 선수단 내에서 감독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크다.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을 선언한 김성근 감독으로서도 굳이 팀을 잘 알고 있는 기존 인사보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다.

한화 레전드들과의 결별에 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많은 팬들은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며 동고동락해온 레전드들이 초라하게 밀려나는 모양새가 된 것을 아쉬워한다. 한편으로 최근 몇 년간 계속된 팀의 부진과 암흑기에는 당연히 코치진들도 책임이 있는 만큼, 물갈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납득하는 반응도 있다.

한화를 떠난 코치들은 대부분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이제부터는 독수리의 레전드라는 보호막을 벗어나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게 됐다. 장종훈 코치는 롯데로 이적했고 한용덕, 강석천, 조경택 코치는 두산의 러브콜을 받았다.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이들의 능력이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한화 색깔이 강한 인물들이라는 것은 둘째 치고 "지도자가 없어서 굳이 꼴찌팀 코치들을 영입해야 했냐"는 냉담한 시선과 우려는 한화 출신 코치들이 감수해야할 몫이기도 하다.

변화가 절실했던 시점에서 이별을 택한 한화와 독수리 레전드들의 인연은 훗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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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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