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모비스' 유재학호 더 강해졌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12.08 10:41  수정 2014.12.08 10:49

시즌 초 고비 넘겨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농구 부활

주전 빠져도 식스맨 맹활약..선두 질주 원동력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가 시즌 초반 고비를 넘기고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을 때도 경기력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운 좋게 이겼다” “우리 팀이 잘한 게 아니라, 상대팀이 못했다” 등의 인터뷰 발언은 듣는 상대팀 팬들에겐 고도의 디스(?)로 여겨져 불쾌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재학 감독은 특정 선수나 주전들에 의존한 농구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유재학 감독이 첫 통합우승을 달성할 땐 주전들 외에도 12인 엔트리 전원이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아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최근 두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할 동안 본의 아니게 일부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도 지난해에 비해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우려한대로 시즌 초반 모비스는 몇 차례의 고비를 겪었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항명으로 퇴출된 로드 벤슨의 공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아이라 클락으로 메웠지만 이대성, 천대현의 연이은 부상과 함지훈의 컨디션 난조가 겹쳐 선수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11월에는 에이스 문태영마저 부상으로 4경기를 결장하는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마땅한 백업멤버 없이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가드 양동근의 체력부담도 컸다.

그럼에도 모비스는 여전히 선두를 질주 중이다. 기복 없는 성적은 여전하지만, 경기력에서는 미묘한 변화도 보이고 있다. 바로 식스맨들의 비중 증가다.

유재학 감독은 그동안 리드하는 경기에서도 주전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경기에서는 송창용, 전준범, 김종근, 박구영 등이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며 주전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7일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경기는 올 시즌 모비스 벤치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 중 하나였다.

이날 모비스는 문태영이 16분간만 뛰며 단 2점에 그쳤지만 승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송창용(10점), 전준범(11점)은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김종근(7점) 박구영(6점)도 힘을 보탰다.

이날 팀이 기록한 7개의 3점슛이 모두 식스맨들의 손끝에서 나왔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3쿼터에서 문태영과 양동근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벤치 멤버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 덕분에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수비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지난주 3연승을 달리는 동안은 무려 88.3점을 터뜨리며 화끈한 공격농구를 보여줬다. 라틀리프와 양동근이 건재했지만, 다른 국내 선수들이 활발하게 득점에 가담하면서 공격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

단순히 수치상의 기록 향상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식스맨들이 유재학 감독이 요구하는 역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비스의 롤 모델로 꼽히는 샌안토니오 스퍼스(NBA)처럼 어떤 선수들이 투입되더라도 확실한 시스템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의 농구야말로 유재학 감독이 지향하는 '팀 모비스'의 완성형이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지금보다도 점점 진화 중인 앞으로의 모비스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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