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때문에...배용준은 웃고 중국 남자들은 울고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4.03.12 10:33  수정 2014.03.12 10:43

<김헌식의 문화 꼬기>관련 주가 급등 중국에선 성형 열풍

인기리에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동영상 화면 캡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때문에  배용준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325억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김수현 효과'를 톡톡이 보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중국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식 가격은 오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용준만이 아니라 CJ나 농심도 동반 수익을 얻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맥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수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 정작 김수현에게도 막대한 수익이 돌아가고 있다. 한 중국 방송사의 5억원에 이르는 출연료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인 남성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을 듯 싶다. 이미 김수현을 닮은 성형 시술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얼굴만 고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김수현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남자를 이상적인 모델로 삼은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동아시아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성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400년의 나이를 가졌지만, 도민준(김수현)은 20대의 나이를 유지하고 있다. 남자들 사이에서 어려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여성들에게는 선호의 대상이 된다. 400년 동안 오로지 한 여자만 사랑한다.

영화 '진용'이나 '은행나무 침대'는 중국과 한국에 있는 천년을 넘어선 환생의 사랑을 그린다. 시공간을 넘어선 환생의 사랑은 동일한 정체성을 칮아가는데 서사 과정이 소진되는 단점이 있다. 비록 밀레니엄 신드롬 보다는 짧지만, 별그대는 400년 동안 한 인물이 동일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음을 도민준을 통해 그러내고 있다.

일관된 도민준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거나 연애를 하지도 않는다. 물론 능력이나 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20대의 교수에 출중한 외모로 충분히 많은 여자를 사귈 수 있음에도 전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한 여자만을 마음 속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5년정도 좋아한 남성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예전의 드라마의 경우 15년 정도 한 여자를 좋아하면 감동이나 연민의 정이라도 갈텐데 400년 연모 경력의 도민준을 이길 사람은 없어 보인다. 경륜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통찰력과 경험의 지혜와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반대로 천송이는 객관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일단 허영이 많다. 많다 못해 지위 의식은 물론 명품이란 명품은 다 갖추고,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려는 스타 연예인이다. 무식하고 버릇이 없으며, 하고 싶은 일은 참지 하고 다한다. 하지만 400년동안이나 쫓아 다니는 멋진 남성이 있다.

더구나 그는 보통 남성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여성이 위험해 빠지면 언제 어디서나 달려온다. 미처 스스로 위험에 빠진 상황을 모를 때, 아니 알리지도 않았는데 그는 수퍼맨처럼 달려온다. 무엇보다 초능력은 오로지 이 세상에서 천송이라는 여성에게만 사용한다. 초능력을 사용해 다른 사람, 아니 사회나 세계를 구하는 설정은 사라졌다. 초능력의 독점적 지배다.

더구나, 보통 남성들은 연인이 위기에 처할 때 못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별그대는 이를 걱정하지 않는다. 도민준이 집에만 있어 노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천송희의 위기 상황에 못올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한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 바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쁜 현대 남성들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는다. 바쁘다는 핑계는 댈 수 없다. 도민준은 담배도 안태우고,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천송이를 향해 에너지를 쏟는다. 자기의 감정에만 충실하지도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감정을 부담스럽게 내쏟지 않아 쿨하다. 400년동안 기다린 고향으로 귀한 즉 자신의 절체절명의 꿈도 심지어 버리려 한다. 비록 자기의 오랜 숙원을 찾았지만 다시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 남성에 대한 이런 기대감은 수평적 관계라는 점에서 벗어난다. 서구 유럽인들이 이런 남성상을 좋아할 지 알 수 없다. 가부장적인 남성상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여성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민준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외계인이기 때문에 안심이 될 수는 없다. 이제 남자들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과 경쟁을 해야 한다. 지구에는 여자들이 찾는 남자가 없으니 뱀파이어를 넘어 외계인에 이르렀다. 즉 이제 지구의 여자들을 외계인에게 뺏길 처지가 되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남성들에게 스트레스가 좀 가해지지 않을까 싶다. 남성들은 도민준과 같은 남성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 로맨스는 판타지 로맨스에 그치는 것이니 경쟁상대로 삼으면 곤란한 알이겠고 물론 드라마일 뿐일 지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라는 것은 대중문화가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더구나 대중적 흐름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정치인이나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남성들에게 가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왕치산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한국드라마는 내실과 영혼이 담겨  전통 문화를 녹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신 1면에 보도되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고, 한국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는 사실 칭찬이지만 경계의 의도가 담긴 말이다. 권력자가 단지 외국의 드라마의 문화적 열광을 칭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류에 대한 경계나 국가적인 조치가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도민준은 단지 드라마 캐릭터일지 모른다. 문화적인 선호가 경제적인 효과나 정책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로 온전히 둘 수만은 없다. 남성들이 도민준과 같은 캐릭터와 경쟁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도민준 선호 현상에서 동북아시아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상을 읽어 내며 최대한 노력을 할 뿐이다. 지구인 그리고 인간으로서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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