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 GS칼텍스, 기름유출 선보상 결정 왜?

박영국 기자

입력 2014.02.07 11:17  수정 2014.02.07 15:37

"우리도 피해자" 입장 견지 불구, 기업이미지·여수 지역민심·정부 입장 등 고려해 선보상 결정

6일 오후 전남 여수 해양항만청에서 열린 여수 기름유출사고와 관련 기름유출사고 수습대책협의회 1차회의에서 GS 칼텍스 김기태 전무가 고개숙여 피해 어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GS칼텍스가 여수 기름유출 사고 책임은 자사가 아닌 선주측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사고에 따른 어민 피해를 우선 보상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6일 오후 여수해양항만청에서 피해주민 대표, 해양수산부, 해경, 여수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우이산호 충돌 사고 피해대책협의회’ 1차 회의에서 피해 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보상 금액을 선지급 하는 데 합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피해 규모 확인 및 보상액 산정 후 산정된 보상금에 합의한 어민들에 한해 보상 금액을 선지급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우이산호 충돌 사고에 대해 여전히 자사도 피해자고, 선주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원래 피해대책협의회에 나오기로 했던 선주사가 무성의한 태도로 발을 뺀 상황에서 GS칼텍스가 보상 문제를 ‘덮어쓴’ 모양새가 됐다.

이날 회의 초반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GS칼텍스가 ‘방제 과정에 동원된 인력과 장비 등 생계형 방제비용과 의료비 등을 주민들에게 우선 지급한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선지급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끝에 ‘선지급 후 선사에 구상권 청구’에 합의했다.

협의회에 참여하기로 했던 선주사 측은 참석지 않고 한국대리점인 반도해운 관계자와 손해사정인만 보냈다가 피해 어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끝에 비공개 회의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GS칼텍스는 선주사로부터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 어민들에게 선보상을 약속함에 따라 막대한 비용 손실 위험을 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칼텍스가 피해 어민 보상금을 대신 내주기로 한 배경에는 자사가 계속해서 여론의 타깃이 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는 게 B2C(기업 대 소비자) 기업으로서는 좋을 게 없다는 것과,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여수 지역민들의 민심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상 주체가 선주사에 있다는 원칙론을 고수할 경우 사고 책임 규명부터 피해액 산정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사고 수습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선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로 인한 기름유출 사고도 6년 뒤인 지난해 말에야 겨우 보상액이 합의됐다.

GS칼텍스가 선보상을 하더라도 피해액 산정을 위한 시간은 필요하지만, 사고 책임 규명을 위한 법적 공방 과정은 생략돼 그나마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로서는 국민들부터 조속한 사고 수습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책임은 선주사에게 있고, 어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여수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지역 공동체 피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선보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고 책임은 선주사에게 있는 만큼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며, “6일 회의에서는 선주사 측이 무성의하게 손해사정인만 보냈다 쫓겨나는 바람에 그쪽하고는 대화도 나눠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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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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