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유니온과 대학생주거권 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 재학생 민자기숙사비 근거 공개를 위한 집단정보공개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민자기숙사의 비용을 공개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기숙사행사 참여점수를 못 채우면 다음 학기에 기숙사 방 빼야 해요.”
일부 대학생 기숙사에서 의무적으로 참여를 강요하는 각종 행사와 지나친 통금제 및 벌점제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로 지방 출신 학생들이 들어가는 대학 기숙사는 자취를 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학교와 거리도 가까워서 편리한 점이 적지 않지만,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 많은데다 기숙사에서 개최하는 행사에까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해서 ‘괴롭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대학 기숙사의 경우 수업에 빠져야 할 정도로 행사가 많고, 무엇보다 기숙사 측에서 행사참여를 의무 사항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의 K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기숙사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주는 행사참여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 미만이면 다음 학기에 기숙사 신청을 할 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퇴사압박’, ‘기숙사 신청자격 박탈’ 등을 무기로 기숙사측이 무리하게 행사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기숙사에서 개최하는 강연이나 교육행사는 10점, 대청소 5점, 1년에 한 번 정도 개최하는 체육대회는 20점이다. 기숙사측은 행사참여를 이유로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못 가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학생들은 점수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또 다른 대학생 B씨도 “학기마다 기숙사 장기자랑 행사를 하는데 층별로 장기자랑 준비는 물론 참석까지 필수”라면서 “참석하지 않으면 벌점을 주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숙사비에 일괄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식비도 학생들의 주된 불만사항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기숙사 신청조건에 의무사항으로 식사가 포함돼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식비를 지불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방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C씨(21)는 “대부분의 대학교 기숙사가 식사를 할 때마다 식권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 학기 식사비를 개강 전에 몽땅 결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라며 “아직 먹지도 않은 밥값을 미리 지불하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C씨는 또한 “시험기간이거나 바쁘면 일주일에 한 번도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기가 어려운데, 하루에 최소 한 끼 이상은 꼬박꼬박 돈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까워 죽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S여자대학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똑같이 기숙사비를 내는데 층별로 어느 방은 따뜻하고, 어느 방은 추운 것도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추워서 학생들은 외투까지 껴입고 잠을 자는데 기숙사측은 ‘중앙난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문제가 있어도 해결을 안 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규율상 대부분의 대학생 기숙사가 실시하고 있는 통금 및 벌점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대학생들이 “지키기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학업에 동아리나 학과활동, 교외활동까지 해야 하는데 점호나 통금 등 기숙사 생활규칙을 다 지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기숙사측은 학생들은 ‘불합리하거나 지나친 제재’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이정도 불편사항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용적인 측면이나 학교생활에 있어서의 편리한 점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고, 경쟁률 자체도 높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 형평성에 어긋나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대학생은 “행사참여나 식비문제 등 기숙사생활 전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창구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대학생인 우리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기숙사인 만큼 학생과 기숙사측이 합리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교류와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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