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13일 원소속팀 롯데와 4년간 7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의 계약에 합의, 2005년 심정수(삼성)의 4년 60억원 기록을 깨는 역대 최고대우를 받게 됐다.
강민호의 FA 대박은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다. 대형포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만 10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실력과 스타성이 모두 검증된 20대 포수라는 희소성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최근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등 FA 시장에서 팀 내 주축 선수들을 잇달아 놓쳤던 롯데 구단이 '강민호만큼은 내줄 수 없다'며 일찌감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강민호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일부에서는 몸값 거품 논란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 예상된 '최대 100억설'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75억만 해도 여전히 한국야구 시장에서 한 선수에게 투자하기는 과도한 금액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올 시즌 부진(타율 0.235 11홈런)은 논외로 치더라도 강민호의 통산성적은 타율 0.271 125홈런 512타점에 불과하다. 전성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2할 8푼~9푼 정도의 타율과 한 시즌 18~20개 정도의 홈런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성적이다. 현재 리그에서 공수를 겸비한 정상급 포수가 많지 않다 해도 과연 이 정도의 성적으로 역대 최고대우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역대 포수 FA 최대몸값은 2008년 조인성이 LG와 계약하면서 맺었던 4년 34억원이다. KBO 사상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은 2002년 첫 FA 당시 3년간 19억을 받았다. 당시와 현재의 물가차이 및 시장규모를 감안해도 너무 큰 격차다.
조인성이나 박경완이 현재 강민호의 나이였다면, 과연 강민호가 이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지는 의문이다. 불과 7~8년전 만해도 조인성-박경완 외에도 진갑용, 홍성흔, 김상훈, 최기문 등 각 팀마다 젊고 능력 있는 포수들이 많았다. 강민호의 대박은 시기를 잘 타고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롯데가 강민호에게 건 75억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이 필요할까. 안방마님으로서 꾸준히 110~120경기 이상을 출장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3할-20홈런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강민호가 3할-20홈런 이상을 달성한 것은 2010시즌 한 차례 뿐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경기운영과 투수리드 능력에서도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물론 강민호는 내년에도 아직 29세고 포수로서, 타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나이다.
궁극적으로 롯데 구단이 강민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구단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상징적인 선수로서 자리매김해주는 것이다. 최근 이대호와 김주찬, 홍성흔 등이 잇달아 떠난 롯데에서 강민호는 몇 안 남은 연고지 출신 간판스타다.
프랜차이즈스타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거나 홀대한다는 평가를 자주 들었던 롯데는 이대호 이후 실력과 인기를 겸비하며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강민호만한 대안이 없었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과 롯데 구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강민호는 미래의 롯데 라커룸 리더가 될 자질도 충분하다.
지난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21년째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롯데는 향후 4년간 강민호를 중심으로 한 리빌딩을 통해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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