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일베충이지!" 매카시 뺨치는 마녀사냥

김해원 기자

입력 2013.08.23 15:30  수정 2013.08.23 16:14

재밌다고 쓴 말이 특정인 비하발언 오해로 맹폭

일베 사용자 색출 분위기 진영논리로 양분화 우려

"너 일베하지?"

최근 직장인 김모 씨는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노무'라는 인터넷 용어를 사용했다가 회원들로 부터 "일베하냐"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단어가 '너무'의 애교섞인 발음이라고 생각했던 김씨는 "'노무'는 일간베스트에서 사용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는 단어"라는 회원들의 지적에 당황했다.

최근 젊은층에서 '정치프레임' 전쟁이 심각해지고 있다. 연예계에서부터 불어온 '일베 사용자 색출 바람'이 일반시민들까지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정 정치성향과 관련 없는 중도성향의 일반시민들도 '일베 용어 사전'이라도 만들어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또한 붉은 구두만 신어도 '빨갱이'로 몰리거나 하얀 손을 가졌다고 '반공'이냐고 다그침을 받던 대한민국 건국시기의 비이성적인 '분노'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공간에는 진보성향의 커뮤니티가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중 유일하게 보수성향을 띠는 일간베스트는 약 22만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양한 회원이 모인 인터넷 공간인만큼 건전한 보수성향이 부각되기보다는 일부 사용자들의 특정인물 비하, 폭력성, 여성비하 등으로 인해 '반사회적 사이트'라는 오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한 걸그룹의 멤버는 일간베스트에서 쓰는 용어를 라디오에서 사용했다. 이로인해 결국엔 연예계 퇴출운동까지 벌어졌고 걸그룹 멤버는 "일베는 잘 모르는 사이트"라고 해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또다른 걸그룹도 일베에서 발견되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대학행사가 취소되는 등 항의를 받았다.

최근 젊은층에서 연예계에서부터 불어온 '일베 사용자 색출 바람'이 일반시민들까지 옥죄고 있어 사회 양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제저장소' 인터넷 화면 캡처.

네티즌들은 실제 해당 연예인들이 일베를 하느냐는 것은 알려고도 않고 맹목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일간베스트의 영향력과 상징성이 커지자 다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인터넷 용어 조차 불신과 의심의 증폭제가 되는 것이다.

"단지 재밌어서 쓴 말에 '일베충' 맹폭비난 받아 "'일베 용어 사전'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이처럼 '일베 프레임'으로 인해 일베를 모르는 네티즌조차 '일베충'(일간베스트 사용자를 비하하는용어)로 불리고 있다. 대학생 윤모씨(24·남)는 "단지 말이 재밌어서 인터넷 용어인 줄 알고 사용했는데 일베용어인지 몰랐다"며 "일베용어를 따로 정리해둘 수도없고 '일베 마녀사냥'으로 사회가 이분화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간베스트를 즐겨찾는 보수성향의 회원 대학생 최모 씨(26·남)는 "회원 몇몇이 과격한 글을 올린다고 해서 일간베스트 회원 자체를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며 "마치 과거에 독재정권 때처럼 빨갱이 색출에 혈안이 된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으로 종북 색깔몰이를 진행했던 비이성적인 '맹폭'현상과 비슷한 맥락으로 흐른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 씨는 "과격하거나 무례한 글은 물론 있지만 이는 인터넷의 특성상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남정욱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도 일베 사용자를 색출하려 드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다. 남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를 통해 "일베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며 "최근 자꾸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한차례 휩쓸고 갈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베는 우파사이트라기보다 반좌파 사이트"라며 "과거 부모님 등의 1세대가 '빨갱이'라는 용어를 놓고 이념전쟁을 벌였다면 요즘 신세대들은 일베를 통해서 다양한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유희를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남 교수는 "지금은 단지 정치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인터넷 용어를 만들며 즐기는 수준"이라면서도 "만약 일베현상이 일본의 우파성향 젊은이들의 모임인 '재일한국인들의 주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처럼 길거리로 몰려나와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방향을 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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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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