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자신의 SNS 비밀계정을 통해 여러 차례 최강희 감독을 비판하고, 대표팀 내에서 파벌을 조장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지난 5일 사과문을 통해 "해당 페이스북은 1년 전까지 지인들과만 사용했던 것으로 공개 목적은 아니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전해졌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축구선수는 축구로서 팬들에게 보답하라"며 쿨하게 용서했지만, 팬들은 여전히 기성용 사과에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나이 30년 차이의 축구계 대선배이자 아버지뻘 되는 감독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말을 퍼부은 것은 인성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표팀의 기강과 품위를 흐트러뜨린 사인인 만큼 징계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고, 또 그러한 규정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 일단 SNS로 인한 문제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거 대표팀에서 전례가 없다. 마땅히 기준으로 삼을만한 선례도 없다.
무엇보다 논란의 대상이 된 기성용의 발언들은 지인들끼리 공유하는 '비공개 계정'에서 나눈 말을 언론이 폭로했다는 점이 문제다.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까지 협회에서 공식적인 징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기성용의 또 다른 징계사유로 지적되는 대표팀 내 분열과 파벌 조장은 단지 SNS에서 드러난 몇 가지 발언만으로 입증할 수 없는 문제다.
징계의 방향과 수위도 문제다. 협회 차원에서 내리는 징계는 경고부터 50만원 이상의 벌금, 1년 이하의 출전정지 혹은 제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성용이 1년 이상 대표자격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게 되면 내년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로서는 큰 타격이다.
징계 여부를 떠나 기성용은 현재 분노한 팬심의 이면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성용은 한국축구의 미래로 주목받았고, 현재 젊은 선수들 통틀어 가장 잘나가는 스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이룬 것들이 모두 혼자만의 노력과 재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한국축구가 있기에 기성용이 빛날 수 있는 것이지, 기성용 때문에 한국축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때의 치기로 치부하기에는 한국축구에 남긴 상처와 논란이 크다는 것을 항상 가슴에 안고 살아가겠다는 자세가 진정한 반성의 시작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