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로 '뿌연 사우나' 베이징, 교민사회 '술렁'

김해원 기자

입력 2013.01.30 17:18  수정

중국 최대명절 춘절에 '폭죽행사' 자제 검토…우리나라 피해도 예상

중국 중부지역에 극심한 스모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베이징스모그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 전체가 뿌연 사우나 탕이 된 것 같아요."

중국 베이징에서 심각한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500m도 안 되는 현상이 연일 지속되자 한국교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스모그로 인해 한국교민들은 “눈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매캐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교민들은 아침에 일어나 창문도 열 수 없고 가까운 마트에도 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스모그는 이달에만 10일 동안 베이징을 뒤덮었다. 이는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최장기록’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30일 외출 자제령을 내렸고, 중국 환경보호부도 지난 27일 이후부터 스모그가 중국 중부와 동부의 130만㎢에 이르는 지역에 퍼져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시로 자녀와 함께 유학을 온지 3년째 된 문 모씨(56·여)는 “밖에 나가면 가시거리가 500m도 안 돼 뿌연 사우나탕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교민들이 모이기만 하면 스모그 이야기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문 씨는 이어 “중국인들은 마스크를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 주부들은 가까운 마트에도 안 가려고 하고 유학생활을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문 씨는 “스모그가 이렇게 심각하게 오래 지속된 것은 유학을 오고 처음인 것 같다”며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시내에서는 금지돼 있지만 아직도 외곽에는 석탄을 연료로 태우는 곳도 있다”며 “베이징에는 특히 갑부들이 많아 한 집에서 차를 3대씩 소유하기도 해 공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이징의 자동차는 지난해 말 52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보다 100여만 대 이상 많은 수치다.

왕안 베이징 시장도 대기 오염 개선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낡은 차량 폐차, 시멘트 공장 증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환경오염은 베이징시가 아닌 인근 지역에서 더욱 심각해 베이징시만 단속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최대명절 춘절에 '폭죽행사' 자제 검토…우리나라 피해도 예상돼

베이징 스모그에는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탄화수소는 물론 납과 인 등 중금속까지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장시간 흡입할 경우 폐렴·천식 등 호흡기질환은 물론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대기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진행하는 대규모 폭죽행사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년 춘절에 폭죽행사를 진행한 뒤 공기오염도가 일시적으로 16배나 치솟아, 연일 스모그가 지속되는 이번 춘절은 폭죽행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자선사업가 천광뱌오는 중국에서 약 5위안(약 870원)짜리 캔 공기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는 이벤트를 통해 "당장 환경 보호에 나서지 않는다면 20년 또는 30년 후 우리의 2-3세대 자손들이 가스 마스크를 쓰거나 산소 탱크를 갖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자", "수건을 널어놓고 자라",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스모그 관련 글들이 속속 올리며 대처요령을 공유하는 한편 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토론 화제 순위 1위에 오른 키워드는 '대기오염'으로 '스모그가 흩어지기를 바란다'는 주제의 대화에 790만명의 누리꾼이 참여했고, 한 누리꾼은 웨이보를 통해 '공기청결법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에 중국 네티즌 약 1만여명이 입법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아울러 중국의 스모그는 강추위가 누그러지면서 바람이 북서풍에서 서풍으로 바뀌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 기상청도 연일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상청은 관계자는 "강한 북서풍은 먼지를 바로 날려보내지만 서풍은 세기가 약하고 고기압의 하강기류까지 더해져 먼지가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주 후반까지는 서풍이 불어 고온 현상 속에 먼지도 자주 낀다"며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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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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