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본격판매에 들어간 단독형 실손의료보험 판매 실적은 '미미'
설계사 소극적 판매, 중복가입 둘러싼 보험사와 금융당국 갈등 원인
단독형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까진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지난해 12월 23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표준형 단독상품을 병행해 판매하도록 의무화했고, 각 보험사들은 지난 1일부터 표준형 단독 실손의료보험 판매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보험소비자들은 그동안 실손의료보험이 다른 상품에 특약으로만 부가·판매돼 별도로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단독(주계약)형 실손의료보험의 출시로 원하는 경우, 다른 불필요한 보장에 가입하지 않고 실손의료보험만 가입이 가능해졌다.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은 사망과 후유장애 등까지 보장하던 종전의 특약형 상품과 달리 실제 의료비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1만원대로 저렴하다.
하지만 저렴한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단독형 실손보험의 판매는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손보험 계약자가 한해 300만명에 달하지만, 이달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단독형 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극히 적다. “전체 보험사를 다 합해도 2000건을 밑돌고 있다”는 집계도 있다.
이처럼 저조한 가입률을 놓고 여러 가지 원인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단독형 실손보험의 출시와 함께 지적됐던 보험 설계사들의 ‘소극적 판매’가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와 보험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존 특약형 실손보험은 보험설계사들의 평균 수수료가 20만원 안팎”이라며 “1만원대 단독형 실손보험을 판매하면 수수료가 얼마나 되겠느냐. 설계사들에게 돈이 안 되는데 (설계사들이) 판매에 적극적일 리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와 달리 보험설계사들은 “회사에서 구체적인 지시가 없다”거나 “고객들이 특약형을 선호한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한 설계사는 “올해부터 단독형 실손보험이 나온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회사에서) 구체적인 얘기를 듣지 못해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설계사는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자기부담금이 20%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손해보험사의 한 설계사는 “올해 3월까진 ‘3~5년 갱신-100세 만기’ 상품과 ‘1년 갱신-15년 만기’ 상품을 병행해서 판매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언제 아플지 모르기 때문에 오랜동안 보장을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4월 이전에 ‘3년~5년 갱신-100세 만기’ 상품을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더 많아 단독형 실손보험이 잘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가입’ 여부를 둘러싼 보험사와 당국간의 입장차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단독형 실손보험 가입시 기존에 다른 상품에 가입돼 있는지 여부를 따져, 이미 다른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을 경우 신규가입을 못하게 하고 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어차피 실손보험은 비례보상이 원칙이기 때문에 중복 가입을 해도 계약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액은 정해져 있다”면서 “보험료를 두 배로 내고 같은 금액을 보상 받는다면 이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아니냐”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중복 가입 및 비례보상을 명확하게 이해했을 경우 실손보험 추가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금감원은 최근 각 보험사에 이 같은 내용의 ‘단독실손보험 청약심사 관련 주의 촉구’라는 공문을 내려 보낸 바 있다.
‘1년 갱신’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단독형 실손보험은 소비자들이 매년 갱신을 해야 한다. 가입할 땐 1만원대로 했는데,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 상한선을 정해준다고는 하는데, 아직 그 기준이 명확치 않아 소비자들에겐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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