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vs 손연재?…‘대항마’ 논란 왜

임재훈 객원기자

입력 2012.09.01 09:09  수정

필라코리아 대표 발언 악플러 기승

비즈니스 측면 부정적 이미지 각인

김연아(왼쪽)와 손연재.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최근 ‘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와 ‘피겨여제’ 김연아(22·고려대)에 대한 필라코리아 윤윤수 대표의 발언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윤수 대표는 지난 29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리듬체조 손연재 휠라코리아 후원 협약식에서 “3년 전 처음 손연재 선수의 후원을 시작한 것은 김연아 선수에 대항할 선수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당시 스포츠계에는 또 다른 별이 있었는데, 빙상의 김연아였다. 김연아에 대항할 수 있는 선수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손연재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부 김연아의 팬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양 선수의 팬들 간 서로 헐뜯는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한국선수를 놓고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은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윤 대표의 이날 발언은 현 시점에서 김연아와 손연재에 대한 스포츠 마케팅 관련 종사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연아와 손연재는 스포츠 자체로 놓고 보면 서로 다른 종목의 선수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당한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

비인기 종목으로 그 존재감 자체가 희미했던 피겨 스케이팅과 리듬체조 분야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과 연예인 못지않은 빼어난 외모와 끼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둘의 공통점이다. 그만큼 각종 기업들의 CF의 모델로서 주가는 웬만한 톱 연예인을 능가한다.

특히 김연아와 손연재는 한때 한 소속사(IB스포츠) 식구로 지내기도 했고, 그 시절 여러 차례 언론 매체를 통해 자매와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자의 출전 대회 스케줄이 다르고 훈련장소 역시 달랐기 때문에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는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서로 종목이 달랐지만 자매와 같은 장면을 연출할 때마다 언론들은 손연재를 ‘제2의 김연아’로 표현하곤 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두 선수의 공통점 때문이었다. 손연재가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둘의 경쟁 구도가 시작된 건 김연아가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설립, 독립하면서부터다.

두 선수는 한때 각별한 사이이기도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김연아의 주가는 그야말로 천정부지였다. 김연아가 얼굴을 내미는 광고의 상품은 그게 무엇이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김연아가 유발하는 경제 가치를 ‘조 단위’로 추산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김연아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로 ‘연아노믹스’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아가 전 소속사인 IB스포츠와 결별한 이후 상황은 약간씩 달라졌다. 김연아가 동계올림픽 이후 주요 국제대회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 손연재가 김연아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김연아가 IB스포츠 소속이던 시절 김연아가 주인공이었던 제품의 CF 모델이 속속 손연재로 교체됐고, 상당수의 신규 광고 CF가 손연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스포츠 브랜드와 가전제품 등의 CF에서 손연재는 김연아가 광고하는 회사 제품과 경쟁구도 속에 있는 제품의 광고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을 전후한 손연재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손연재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이 커질수록 그의 몸값도 높아졌다.

IB스포츠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연재의 CF 개런티가 김연아의 70%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손연재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를 통해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낸다면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손연재의 몸값이 최근 경쟁무대 복귀를 선언한 김연아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세계 여성 스포츠 선수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선수 ‘톱7’이자 그 가운데 유일한 피겨 스케이터가 김연아이며, 광고모델 선호도나 CF 인지도 면에서 김연아는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통틀어 현재 최정상권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김연아와 손연재를 ‘경쟁자’라고 표현하는 것이나 서로에게 ‘대항마’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관계를 놓고 지나치게 비즈니스적인 측면만 강조되다 보니 두 선수가 악플러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한편으로 돈 문제에 얽혀 비난받고 있는 것이다.

김연아와 손연재는 각자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선수들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의 희망의 아이콘이 돼야 하며, 한국 스포츠의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비인기종목이라도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 육성하고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춘다면 선수 자신은 물론 그 종목의 인기는 올라가고 저변은 넓어진다는 사실을 김연아와 손연재가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이들의 성공과 함께 비즈니스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항마 논란 역시 이들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기에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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