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타는 김씨 "사실 저도 힘들어요"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12.07.25 09:50  수정

구매비용, 유지비용 높고 중고가는 반토막

수입차 및 국산차 주요 부품 가격 비교(단위 : 원)

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 시작한 지 올해로 꼭 25년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입차는 24년째인 지난해 10만대가 팔렸고, 올해는 12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완성차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 못지않은 숫자다.

판매대수 확대는 수입차의 수요층 확대를 의미한다. 전에는 '부자'들만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그냥저냥 먹고 살만한 월급쟁이들도 수입차를 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BMW, 벤츠, 아우디. 이런 차의 주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지위가 팍팍 올라갈 것 같지만 그걸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만만치 않다. 평범한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으로 럭셔리 브랜드에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가랑이 찢어지는 수가 있다.

의사도, 변호사도, 대기업 임원도 아닌 주제에 수입차를 몰고다니는 평범한 30대 직장인 김모씨(강원도 강릉 거주. 가상인물)의 사례를 통해 수입차 오너들의 고충을 짚어봤다.

김씨가 선택한 차량은 BMW 528i. 가격은 무려 6700만원을 넘어선다. 차급 구분상으로 BMW 5시리즈는 중형차다. 우리식으로는 쏘나타나 K5, 말리부, SM5 정도로 볼 수 있다.

쏘나타 가격은 최상위 트림도 2700만원대다. 국산 중형차 중 비싼 축에 속하는 쉐보레 말리부도 최상위트림이 3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수입차를 선택한 대가로 김씨는 벌써 구입 단계에서 4000만원 가량을 추가 지출한 셈이다.

4000만원이면 웬만한 대기업 과장 연봉이다. 무이자 할부라고 쳐도 김씨는 3년간 매달 111만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생활비와 여가비 등 다른 지출을 아껴야 한다. 물론, 이는 국산차 할부금 만큼의 금액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다.

어쨌든, 원하는 대로 수입차 오너가 됐으니 이제 폼 나게 타고 다니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정작 김씨는 두 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상체를 바짝 숙인 '아줌마 운전'을 하고 다닌다. 골목길을 다닐 때마다 행여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전전긍긍이다.

김씨는 구입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벌써 수리비로만 수백만원을 날렸다. 주차하다 긁어먹은 범퍼에, 누군가가 깨고 도망간 헤드램프에, 정비센터에 갈 때마다 청구서에 공(0)이 여섯 개씩 붙어서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BMW 528i의 범퍼 가격은 80만원대 후반에서 90만원대 초반에 이르며, 후드와 헤드램프는 100만원을 넘어선다.

벤츠의 대형 차급인 S클래스에 비하면 BMW 5시리즈는 양반이다. 벤츠 S350은 앞·뒤 범퍼 가격이 140만원에 육박하고, 후드는 220만원대, 헤드램프는 210만원대다.

국산차라고 견적서가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수입차에 비하면 소박하기까지 하다. 한국지엠 알페온과 말리부, 르노삼성의 SM7은 범퍼 가격이 10만원대 초반이고, 후드도 20~30만원대다. 국산차 중 가장 비싸다는 에쿠스도 범퍼는 50만원대, 후드는 80만원대에 불과하다.

헤드램프의 경우 어떤 사양이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SM7의 경우 수입차와 같은 제논 헤드램프로 교체해도 부품 가격이 70만원대에 불과하다.

결국, 접촉사고나 주차중 파손으로 정비를 받으러 갈 때마다 김씨는 수입차를 택한 대가로 국산차보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을 더 지출해야 한다.
수입차 정비센터 1개소당 차량등록대수 산출 현황

김씨에게는 정비센터에 가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다. 강원도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서비스센터를 찾아 강릉에서 원주까지 안 막혀도 2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전국에 서비스센터 숫자가 적다 보니 재수 없으면 오래 기다리는 일도 있고, 재고가 없는 부품이 필요한 수리일 경우 차를 맡기고도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판매 1,2위를 달리는 BMW와 벤츠의 정비센터 수는 각각 34개, 26개에 불과했으며, 정비센터 1개당 차량등록대수는 BMW가 3306대, 벤츠가 3672대에 달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보면, 현대차가 직영 서비스센터 23개와 협력업체를 포함해 1400여개, 기아차가 810개(직영 19개), 르노삼성이 460개(직영 22개), 한국지엠이 439개(직영 10개), 쌍용차가 326개(직영 없음) 등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물론, 국산차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정비수요도 많지만, 워낙 촘촘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상호 보완이 가능해 대기시간이나 서비스 질 측면에서 상대적인 이점을 발휘할 수 있다.

더구나 수입차 브랜드들은 대부분 절반 이상의 정비센터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차량 소유자들은 차 한번 고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수입차 및 국산차 주요 모델 연식별 중고가격

"더 이상 못 버티겠다."

김씨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언제까지 차를 '모시고' 살 것인가. 가슴 아프지만 과감히 정리하자. 판 돈으로 국산차를 사면 대형차를 풀 옵션으로 사고도 몇 년치 유지비는 남으리라.

그러나 이게 웬걸. 중고차 시세를 알아본 김씨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달랑 3년 탄 차의 가격이 반토막 나버렸다. 이 돈으로는 그랜저 중급 트림도 못 산다.

SK엔카에 따르면, 신차구매 후 3년이 지난 2009년식 BMW 528i의 중고가격은 3280만원으로, 신차 가격(673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감가율이 무려 51.3%에 달한다.

같은 연식의 한국지엠 알페온 감가율이 19.9%에 불과하고, SM7 뉴아트가 3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국산차 중 감가폭이 큰 편인 제네시스도 38.2% 수준이다.

그 덕에 신차가격에서 3500만원에 달했던 알페온과 BMW528i의 격차는 3년 뒤 중고차 가격에서 700만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쳐온 럭셔리 브랜드의 수입차는 분명 오너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준다. 뛰어난 성능과 기술적 신뢰성도 국산차보다 만족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메리트가 수입차 구매와 유지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한지는 심사숙고해 봐야 할 것 같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