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억´ 박주영…아스날 주전 가능할까

입력 2011.09.01 09:21  수정

처진 위치라면 판 페르시 조화

‘중앙 적합’ 측면은 경쟁자 많아

아스날이 반 페르시와 박주영을 동시에 기용한다면, 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반 페르시 원톱 체제에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대한민국 캡틴' 박주영(26)이 세계적인 명문클럽 아스날 일원이 됐다.

여름 이적 시장 내내 수많은 루머를 양산했던 박주영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 아스날 입단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것만큼 인상적인 이적이다. 맨유 박지성과 아스날 박주영, 게임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프랑스의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은 1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릴 OSC는 AS모나코에 박주영의 이적료로 300만 유로(약 46억원)를 주기로 했지만 아스널이 1,200만 유로를 제시해 계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주영은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당시 박지성이 기록한 400만 파운드(약 69억원)를 훌쩍 뛰어넘어 역대 한국인 선수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이 된다.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박주영의 성공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박지성이 이토록 오랫동안 맨유서 활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과연, 박지성이 라이언 긱스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등과 경쟁할 수 있을까"라며 다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박주영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 리그를 경험했지만 잉글랜드 무대는 처음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직접 박주영 영입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박주영 등번호는 9번이다. 이것이 곧 주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케팅용으로 박주영을 영입했다고 볼 수도 없다. 현재 아스날은 벵거 부임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즉, 벵거에게 박주영은 약화된 전력을 끌어올릴 즉시 전력감이자 팀을 떠난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인 셈이다.

그렇다면, 박주영은 아스날의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그리고 벵거 감독의 박주영 활용법은 무엇일까.

벵거가 박주영을 전방 공격수로 활용한다면 박주영의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자는 로빈 반 페르시와 마루앙 샤마크다. 물론 몇몇 국내 언론들이 언급했듯, 박주영은 최전방보다는 처진 위치에 더 어울린다. 때문에 반 페르시의 좋은 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스날이 최근 몇 시즌 원톱 중심의 4-3-3(혹은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에서 아스날은 세스크 파브레가스(혹은 나스리와 로시츠키)에게 처진 공격수 역할을 맡겼다. 즉, 박주영처럼 공격수가 아닌 패스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를 선호했다. 때문에 4-3-3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박주영 보다는 윌셔나 아론 램지가 반 페르시를 받칠 확률이 높다.

그로인해 박주영이 반 페르시의 짝이 되기 위해선 포메이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두 명의 공격수를 활용한 4-4-2 혹은 4-4-1-1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아스날에게 낯선 변화는 아니다. 과거 아스날은 4-3-3보다 4-4-2를 더 많이 구사했다.

박주영이 측면에서도 뛸 수 있기 때문에 좌우 윙포워드로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박주영은 모나코 시절에도 그랬듯, 측면보다는 중앙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게다가 아스날에는 월콧, 제르비뉴, 아르샤빈, 챔벌레인 등 발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측면 자원이 많다. 개인기 보다 침투 능력이 좋은 박주영에겐 그다지 효율적인 자리가 아니다.

박주영이 측면보다 중앙이 더 잘 어울리는 이유는 또 있다. 이는 아스날의 약점과 박주영의 장점이 관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아스날 공격진의 약점 중 하나는 반 페르시가 지나치게 후방으로 자주 내려온다는 것이다. 반 페르시는 전방에 머무는 타켓형 보다는 후방과 좌우로 움직이는 스타일의 공격수다. 문제는 그로인해 아스날이 측면에서 볼을 연결했을 때 자주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 언론들이 지난 시즌 자주 지적한 아스날의 문제다. 반 페르시가 후방으로 내려와 패스를 연결하는 부분은 좋지만, 이때 반 페르시가 볼을 주고 재빨리 문전으로 이동하지 못하면서 아스날의 크로스는 대부분 상대 수비수에게 차단됐다.

박주영은 아스날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수 중 하나다. 박주영의 장점은 피터 크라우치처럼 장신이 아님에도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공중볼에 강하며 순간적으로 상대 문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뛰어나다. 모나코 시절에도 개인기에 의한 돌파보다는 크로스나 전진 패스를 순식간에 허무는 움직임이 좋았다.

만약 아스날이 반 페르시와 박주영을 동시에 기용한다면, 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반 페르시 원톱 체제에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월콧과 제르비뉴의 존재도 박주영에겐 긍정적인 부분이다. 과거 모나코에서 뛸 때 박주영과 가장 좋은 파트너십을 자랑했던 선수는 네네다. 지금 아스날에는 네네처럼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은 측면 자원들이 즐비하다. 월콧과 제르비뉴가 측면을 허물고 후방에선 윌셔가 킬 패스를 연결할 때, 박주영의 지능적인 문전 침투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편, 아스날은 이적시장이 문을 내리기 직전에 박주영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첼시에서 활약했던 측면 미드필더 요시 베나윤, 에버턴 에이스로 활약했던 미드필더 미겔 아르테타, 독일과 브라질대표팀 수비수 메르테사커, 산투스까지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데일리안 스포츠 = 안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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