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마지막 출전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3번째 우승도전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2010 벤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최종 점검에 나선다.
김연아는 4일과 5일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 각각 여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회는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9·일본)가 출전 자격 점수 미달로 탈락,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도 있지만 올림픽을 앞둔 김연아에게 더 다가오는 말은 ‘무리는 금물’이다.
통산 3번째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도전
지난 2006년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김연아는 그해 그랑프리 4차대회서 총점 184.54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여세를 몰아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그랑프리 파이널을 석권했다.
이후 마오와 좋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한 김연아는 2007년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안방에서 치러진 2008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부담으로 작용,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는 김연아가 보다 완벽한 선수로 거듭나는 과정에 불과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짓누르던 ‘부담’과의 싸움을 이겨낸 김연아는 지난 3월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200점 돌파라는 신기원을 열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도 김연아의 거칠 것 없는 상승세는 지속됐다.
지난 10월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총점 210.03을 기록하며 또다시 여자 싱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팬들은 본드걸로 변신한 여제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랑프리 5차대회에서는 잠깐의 부침도 겪었다. 쇼트부문 세계신기록(76.28점)을 또 한 번 작성했지만, 프리 부문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3개 대회 연속 200점 돌파에 실패한 것.
당시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김연아의 실수를 꼬집으며 ‘정신력 문제’ ‘자신감 상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당시 몸에 맞지 않았던 왼쪽부츠를 새 것으로 바꾸며 일본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본때’를 보여줄 계획이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3일 공식 인터뷰를 통해 “컨디션도 좋고, 몸에 이상이 없어 훈련을 잘 소화했다. 무엇보다 연아가 경기장 빙질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지난 5차대회는 김연아에게 상승 동력을 준 계기가 됐다. 그 때의 실수를 떠올리면 오히려 연아가 마음을 더 가다듬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아 역시 “점수에 대한 부담을 털고 내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올림픽을 앞두고 심리적 안정감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김연아는 공개 연습에서도 자신의 주특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의 연속점프보다는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 등 기본적인 점프 연습에 주력했다.
이는 기존에 선보였던 기술만 완벽히 구사해도 200점 돌파와 우승이 무난할 것이라는 계산과 함께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 특별한 강자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에서 함께 연기를 펼치게 될 선수들 가운데 입상이 유력한 선수는 역시 안도 미키(22·일본)와 조애니 로셰트(23·캐나다)다.
지난 2007 세계선수권 우승자 안도 미키는 올 시즌 출전한 그랑프리 2개 대회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림픽에서 4회전 점프를 뛸 것이라고 공언해 이번 대회에서 선보일지 주목받고 있지만, 주니어 시절이었던 2001-02시즌 한 차례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성공시킨 적이 없다.
게다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치와의 동거설로 인해 일본 내 평가도 엇갈리고 있어 오히려 김연아보다 심적 부담이 클 전망이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은 조애니 로셰트도 간과해서는 안 될 선수다.
파워풀한 연기가 돋보이는 로셰트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뒤, 올 시즌 6차 대회서 쇼트 개인 최고점(70.00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올림픽이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했을 때 ‘홈 어드밴티지’를 얻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늘 마음에 걸리는 경쟁자다.
한편,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그랑프리 파이널(종전 챔피언 시리즈 파이널)에서 가장 많이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로 총 4번의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김연아를 비롯한 타라 리핀스키(미국), 아사다 마오 등이 2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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