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트리플 플립 활주궤적 수정
왼발 부츠 교체, 리듬 맞춰가는 과정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2009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김연아는 4일 오전, 일본 도쿄 국립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마지막 공식연습을 소화하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김연아는 3일 공식훈련에서 프리스케이팅 음악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에 맞춰 트리플 러츠,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 등 고난도 3회전 점프기술을 집중 연마했다.
이 가운데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살코에서 3바퀴를 채우지 못하고 1바퀴에 머무는 실수를 범했지만, 다시 시도해 완벽하게 성공했다. 트리플 플립 역시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옥에 티’ 트리플 플립 부담 털어낼까?
트리플 플립의 경우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 프리스케이팅에서 ‘옥에 티’로 남은 점프기술이다.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는 도약 직전 스케이트 날에 이물질이 걸려 시도조차 못했고,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는 착지에서 흔들리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연아는 지난 이틀간의 공식연습에서 트리플 플립을 수차례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 대회와 달리 도약 직전 활주자국에 변화를 주면서 성공 확률을 높인 것.
김연아는 공식연습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대회가 끝난 후 플립 전 스텝 동작과 궤적에 변화를 줬다. 이전 활주궤적이 사선이었다면 이번 대회부터는 직선이다”며 성공확률이 높아진 트리플 플립의 비결을 설명했다.
트리플 플립은 ‘토털 패키지’ 김연아와 유독 사연이 깊다. 특히, 그동안 김연아의 시작 점프였던 공중 3회전-3회전 연속 점프(이하 3-3) 출발이 트리플 플립이었다. 김연아는 성인무대 데뷔 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수차례 성공시키면서 기본점수 9.5에 가산점을 적절히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김연아의 3-3에 어텐션 느낌표 마크(!)가 붙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을 정석인 얕은 인엣지로 도약함에도 심판진이 “모호하다”고 판정, 국내외 피겨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것.
결국 김연아는 이번 시즌 논란을 아예 없애기 위해 3-3의 첫 점프에 트리플 플립 대신 트리플 러츠를 넣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99% 이상의 성공확률을 자랑하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의 기본점수가 10점으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의 기본점수 9.5보다 0.5점이나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그랑프리 5차대회 쇼트에서 김연아는 3-3을 완벽히 소화해 자신의 역대 최고 가산점인 2.2점을 받았다. 심판진의 모호한 판정이 김연아에게는 오히려 보약이 된 셈이다.
김연아는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트리플 플립을 완벽히 소화해 그동안 트리플 플립에 대한 좋지 않았던 기억을 모두 털어낼 생각이다.
김연아의 또 다른 악연 ‘부츠’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 트리플 플립 활주궤적 변동과 함께 또 한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 불편을 느꼈던 왼쪽부츠를 바꾼 것.
김연아는 “그동안 부츠가 조금 크다고 느껴 바꾸게 됐다. 큰 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우선 왼쪽 발만 바꿨다”고 부츠를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부츠는 스케이트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긴 시간 리듬을 맞춰가는 과정의 하나로 바라봐 달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사실 부츠는 김연아를 세계 피겨퀸으로 이끌기도 했지만, 김연아를 은퇴기로에 서게 만든 악몽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11월 프랑스 파리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김연아 어머니 박미희 씨는 “연아가 스케이트 부츠가 맞지 않아 최근 2달 동안 힘들어 했고, 피겨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김연아의 부츠는 너무 빨리 닳아 4개월에 한 번씩 바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 달에 한 번꼴로 바꿔줘야 했다. 이 때문에 김연아는 각종 세계대회를 앞두고 새 부츠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 자주 넘어지고 부상도 잦았다.
특히 2007년 초 새 부츠로 인해 발목과 무릎은 물론 허리까지 다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 선수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김연아는 지인을 통해 일본 부츠장인을 찾아 석고모형 발을 뜬 수제 부츠를 신었고, 그 이후 부츠로 인한 부상에서 벗어났다. 지난 2008년부터는 이탈리아제 제품을 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가 이번에 바꾼 부츠는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부츠 변경으로 인한 부상을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연습과정에서 보여준 김연아의 컨디션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만큼, 평정심만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올림픽을 앞두고 펼쳐지는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피겨퀸’의 부푼 꿈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김연아 경기일정]
4일 오후 7시 40분 -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5일 오후 7시 30분 -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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