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 자격을 얻은 27명의 선수들 중 FA 승인신청을 요구한 선수는 모두 8명. 김태균(27), 이범호(28·이상 한화)를 비롯해 장성호, 김상훈(이상 KIA), 박재홍(SK), 최기문(롯데), 박한이(삼성), 강동우(한화) 등이 그 주인공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원 소속구단과 재협상 또는 은퇴 등을 위해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올 시즌 최대어는 단연 한화의 거포 듀오 김태균-이범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은 몸값이 너무 높은 데다, 선수들 본인이 해외(일본)진출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 변수다. 이미 한신 타이거즈와 지바 롯데 등 일본 구단들이 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삼성-LG 등이 눈독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역시 해외로의 이적은 막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한국무대에 잔류할 경우, 국내 타 구단에게는 뺏기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대대적인 머니 게임이 예고되고 있다.
둘의 미묘한 입장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김태균은 해외에서 처우가 낫다는 게 없다고 판단될 경우 국내 무대에 잔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이범호는 조건보다 해외진출 자체에 좀 더 적극적인 편이다.
시장의 관심이 김태균-이범호에게 쏠려있는 동안 8개 구단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으면서도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는 검증된 알짜배기 선수들에 주목하고 있다. 올 시즌 KIA 우승의 주역 김상훈을 비롯해 FA 시장에 나온 6명은 모두 어느 팀에 가도 충분히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상훈은 김태균과 이범호가 해외로 진출할 경우, 실질적으로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타율 0.230 12홈런 65타점을 기록한 김상훈은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끌어 온 리더십과 젊은 투수가 많은 KIA 마운드의 안방마님으로 맹활약한 공을 인정받으며 올 시즌 박경완-진갑용에 견줄만한 1급 포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IA도 김상훈을 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준척급 강동우, 박한이, 최기문, 그리고 장성호의 행보는 FA 시장 판도의 변수로 꼽힌다.
강동우는 올해 개인성적으로는 FA들 중 가장 두드러진 편에 속한다. 시즌 128경기에 출장, 타율 0.302(506타수 153안타) 10홈런 48타점 88득점 27도루를 기록, 모두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이다.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체력이 탄탄하고 공수 양면에서 활용도가 높아 여러 팀에서 군침을 흘릴만하다.
박한이는 올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0.311 2홈런 36타점 48득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삼성에서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 삼성 측에서도 박한이의 공헌도는 인정하면서도 선뜻 고액의 장기계약을 제시하는데 주저하는 이유다.
최기문은 시장에서 귀한 평가를 받는, 양질의 투수리드 능력을 갖춘 베테랑 포수라는 희소성에서 최대 알짜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포수난에 시달리는 LG를 비롯해 경험 많은 백업포수를 원하는 팀에서 적극적으로 배팅해볼만한 카드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으로 FA 영입 시 원 소속팀에 지급해야하는 보상금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반면 장성호의 등장은 이번 FA 신청자 가운데 가장 의외의 카드다. 9년 연속 3할을 기록할 만큼 타격에 대한 자질은 천부적이지만 최근 잦은 부상과 슬럼프로 하향세가 뚜렷한 데다, 올해 8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4 7홈런에 그치며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당초 명예회복을 위해 FA 신청을 미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예상을 깨고 위험부담을 무릅쓴 채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받는 길을 택했다. 장성호는 박재홍과 더불어 고액연봉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 소속팀에 지급해야하는 보상금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불리한 부분이다.
FA 신청자들은 3일부터 12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을 벌인다. 결과가 없으면 12월 2일까지 20일 간 타 구단 및 미국, 일본 등과 협상이 가능하다.
여기서도 계약이 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5일까지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고, 이 기간까지 넘기면 다음시즌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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