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순위경쟁 피하며 가을잔치 준비
김경문 감독, 못 다한 가을잔치 한 풀까?
두산이 3위를 확정짓고 일찌감치 가을잔치 준비에 돌입했다.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3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70승2무57패)은 2위 SK와 6게임 차, 4위 롯데에는 5게임 차로 앞서고 있어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두산의 ‘느긋함’은 이미 9월초부터 감지됐다. 김경문 감독은 선두권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이 어렵게 되자, 오랜 강행군에 지친 주축들이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하는 길을 택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순위 경쟁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더 큰 출혈을 감수하는 무리수를 피하겠다는 복안이다.
두산은 최근 경기에서 순위경쟁과 무관한 약체 팀들과의 대결에서 베스트 멤버들을 제외하고 1.5군 위주의 라인업을 꾸렸다. 또한, 전체 투수진을 고르게 1이닝 이상 기용하는 ‘올스타전’식 마운드 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동안 혹사당했던 불펜진이 모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잔여경기에 대한 부담 없이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과 달리, 올해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어렵게 시작하게 됐지만 두산은 오히려 자신만만하다. 이미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던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2001년, 정규시즌 3위(65승63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화와 현대,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을 격파하며 우승컵을 안은 바 있다. 단일리그로만 치러진 역대 한국프로야구 사상 3번 시드로 우승컵을 거머쥔 것은 1992년의 롯데와 2001년 두산뿐이다.
1999년 한화가 정규시즌 승률로는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당시는 드림과 매직리그로 분리된 양대 리그 체제였다. 두산 이후 지난 7년간은 모두 정규시즌 1위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해왔다.
두산이 ‘Again 2001’을 자신하는 것은, 비록 순위는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팀 전력의 깊이는 오히려 더욱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임태훈·고창성 등 불펜진과 김동주·김현수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더욱 강해졌고, 시즌 중반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발야구’도 포스트시즌 선전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특히 올 시즌은 유독 팀의 주축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상병동에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화수분´으로 불리는 두산의 벤치멤버들이 빈자리를 잘 메워 끊임없는 저력을 발휘했다. 의외의 변수가 많은 포스트시즌에서 두산 벤치멤버들의 잠재력이 어떻게 폭발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물론 유리한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두산을 내내 괴롭혀온 ‘선발 에이스’ 부재는 아직 확실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용찬의 부진으로 인한 마무리 난조도 막판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했다. 마운드 운용에서 포스트시즌의 시작과 끝을 책임져야할 김선우와 이용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진운도 중요한 변수.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 중에서 두산은 삼성에는 11승 7패로 우위지만, 롯데에는 9승 10패로 열세를 보였다. 또한 준플레이오프에 오르면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계속 앞길을 막아온 ‘천적’ SK와 재회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올해 SK에 9승1무7패로 근소한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 15연승 행진을 달리며 가파르게 살아난 SK는 포스트시즌이 더욱 부담스러운 상대다.
그러나 2004년부터 6년 연속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며 두산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김경문 감독 매직에 팬들의 기대는 식지 않고 있다. [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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