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질의 중 '웃음' 놓고 설전
서영교 법사위 운영에 野 반발
인신공격·반말 논란도 되풀이
"민생 뒷전…'정치쇼' 자제해야"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김태규 의원의 질의와 관련해 서영교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민생과 정책을 검증해야 할 국정감사장이 올해도 여야 의원들의 거친 설전과 고성으로 얼룩지고 있다. 탈북민 관련 질의 도중 나온 웃음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회의 진행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쟁과 부적절한 언행이 정책 검증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박 의원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일부 탈북민에 대한 '북송 회유 의혹'을 제기하던 중 정 장관과 정 의원이 웃음을 보이면서다. 박 의원이 "이게 웃기는 얘기냐"며 사과를 요구하자 정 의원은 "생리현상은 제어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정 장관은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탈북민 관련 의혹을 따지는 질의가 웃음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정작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지는 질의는 의원들 간 신경전에 가려지는 모습이었다.
국감 첫날인 지난 6일 법사위의 대법원 국감에서도 회의 운영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졌다. 서영교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 선서와 이석 문제 등을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서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과 야당 의원에 대한 발언권 제한 등을 문제 삼았다. 반면 서 위원장은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였다. 위원장의 회의 운영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감장에서는 의원들의 항의와 고성이 이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같은 날 손솔 진보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정책·사법 현안 질의가 인신공격성 발언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거친 표현이 등장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인간이 되세요"라고 하자 김 의원은 "네가 인간이 되세요"라고 맞받았다. 상대 의원을 향한 감정적인 언쟁이 이어지면서 국감장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국감장에서의 거친 언행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법사위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반말 사용을 놓고 충돌했다. 신 의원이 "연세가 많으시다고 반말해도 되느냐"고 항의하자 박 의원은 "너한테는 해도 돼"라고 되받았다.
2015년에는 김용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피감기관 관계자를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관련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감 때마다 의원들의 거친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국감장의 충돌 장면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짧은 '쇼츠' 영상으로 재가공돼 확산하면서 정책 질의보다 자극적인 발언이 주목받는 환경을 문제로 지적한다. 긴 시간에 걸친 정책 질의보다 짧고 강렬한 언쟁이 더 쉽게 소비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국감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정감사가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면서도 "여기에서 민생 현안이나 정책 검증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에 국감 무용론과 상시 감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지만, 의원들 자체적으로 이른바 '정치쇼'를 자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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