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심 무죄 뒤집은 '의사합치' 판단…오세훈 항소심도 영향받나

김남하기자 (skagk1234@dailian.co.kr), 진현우 기자

입력 2026.10.09 04:36  수정 2026.10.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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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판부, 여론조사 제공 의뢰·협의 등 객관적 증거 없다고 판단

오세훈 측 새 녹취록 변수…“오세훈이는 몰라요” 발언 증거가치 주목

김한정 비용 대납한 오세훈 사건…"정치자금 인식·관여 여부가 핵심"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같은 재판부가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여론조사 제공 자체보다 당사자 사이에 이를 의뢰하거나 협의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따졌다는 점에서 오 시장 측에 유리한 판단 기준이 제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날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1심 유죄 판단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의 실시나 무상 제공에 관한 의뢰·협의 등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실질적 증거가 없고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의 여론조사가 특정 정치인에게 제공하기 위한 용역이라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조력의 성격을 가진 측면도 살폈다. 명씨가 유력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정치적 기여를 인정받으려 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치적 조력이나 조언 자체를 곧바로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은 오 시장 사건에서도 주요 쟁점과 맞닿아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여론조사를 오 시장만을 위해 실시한 것이 아니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다른 정치권 인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활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문제의 여론조사가 실제 오 시장에게 제공·활용된 것인지, 명씨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자료를 사후적으로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특히 항소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김한정씨와 명씨 사이 통화 녹취에는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 역시 "내가 일을 했다", "내 혼자 해가지고", "거기서 원한 것도 아니고"라는 취지로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이를 근거로 김씨가 오 시장의 요청 없이 독자적으로 비용을 지급했고 오 시장 역시 이를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오 시장 사건은 실제 돈이 지급됐는지에서 차이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명씨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혐의였지만, 오 시장 사건에서는 사업가 김씨가 명씨에게 실제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1심에서 인정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데일리안DB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두 사건의 사실관계가 다른 만큼 재산상 이익에 관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의뢰나 협의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기준은 오 시장 사건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개시 전 녹음된 대화로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직접 흔드는 만큼 같은 재판부가 이를 포함해 의뢰 여부를 다시 엄격하게 심리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오 시장 사건에서도 핵심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거나 비용 대납을 알면서 이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다. 1심은 명씨 진술과 오 시장·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김씨 사이의 통화와 메시지, 여론조사 전달 과정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오 시장의 의뢰 및 대납 관여를 인정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직접적인 의뢰 증거가 없고 1심이 명씨 진술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반박해왔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윤 전 대통령 사건과 같은 결론이 반드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과 의사 합치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것은 오 시장 측에 좋은 신호"라며 "결국 오 시장이 여론조사와 비용 지급을 알고 관여했는지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취가 조작·편집된 것이 아니라면 오 시장이 몰랐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인 만큼 이를 배척하려면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에 대해 무죄 판단을 기대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끝까지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윤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오 시장 본인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오 시장은 전날 민선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1심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들이 항소심에서 많이 제출됐다"며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예정돼 있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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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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