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평택 반도체 12년…시작은 어닝쇼크 전날 15.6조였다 [백서원의 나우앤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10.06 15:14  수정 2026.10.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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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실적 급감 속 역대 최대 반도체 투자

2017년 1라인 첫 출하…인텔 제치고 1위

2028년 P5 가동…AI 타고 다시 속도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019년 8월 삼성전자 평택 2라인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12년 전인 2014년 10월 6일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에 2017년까지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단일 반도체 시설투자로는 역대 최대였다. 이전 최대였던 중국 시안 공장(약 7조3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실적이 급감하던 때였다. 바로 다음 날 공개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 삼성은 한 분기 영업이익의 약 3.8배에 달하는 금액을 미래 반도체 생산기지에 걸었다.


투자는 삼성전자와 경기도·평택시·경기도시공사의 협약으로 공식화됐다. 협약식에는 권오현 당시 대표이사가 삼성을 대표해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이름은 참석자 명단에 없었다. 그러나 그해 5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선 이 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도 빨랐다. 삼성은 라인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겼다. 정부도 핵심 인프라인 전력 공급을 1년 이상 당겨 2016년 말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이 회장이 평택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이듬해인 2015년 5월 7일 기공식이다. 그는 발파 세리머니에 함께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조용한 출하식…고비마다 찾은 평택

2017년 7월 4일 평택 1라인이 첫 제품을 출하했다. 기공식 이후 2년여 만이었다. 그런데 분위기는 2년 전과 사뭇 달랐다. 600여명이 모였던 기공식과 달리 출하식에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명만 참석했다. 이 회장은 그해 2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행사는 조용했지만 발표는 컸다. 삼성은 이날 기존 투자를 포함해 2021년까지 1라인에만 총 30조원을 투입하는 증설 계획을 내놨다. 그달 말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매출에서 1990년대 초부터 1위를 지켜온 인텔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 회장의 평택 행보는 이후 고비마다 이어졌다. 2019년 8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자 그는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평택에는 차세대 D램용 극자외선(EUV) 라인이 마련되고 있었다. 일본이 수출을 묶은 품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EUV용 포토레지스트였다. 이듬해 그는 반도체 부문 경영진에게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1년 1월 4일 새해 첫 근무일에는 평택 2라인 파운드리 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은 뒤 직접 챙겨온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주문이었다. 이날 3라인 건설 현장도 둘러봤다. 2주 뒤인 1월 18일 그는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됐다. 그가 둘러본 3라인은 이듬해 7월 가동에 들어갔다.

2년 걸린 5라인 결정…AI가 방아쇠 당겼다

평택은 그 사이 1라인(2017년)·2라인(2020년)·3라인(2022년)을 차례로 가동하며 커졌다.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5라인(P5) 골조공사 계약은 2023년 5월 삼성E&A와 체결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골조 공사 추진을 확정하기까지는 2년여가 더 걸렸다.


결정을 이끈 건 인공지능(AI) 수요였다. 삼성전자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어 5라인 골조 공사를 결정했다. 2025년 11월 16일 향후 5년간 국내 450조원 투자 계획과 함께 이를 발표했다. 가동 목표는 2028년이다. 같은 날 이 회장은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내 투자를 확 늘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12년 전 협약식에는 없던 그가 이번에는 직접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공장의 체급도 달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P5는 기존 공장보다 한 층 높은 3층으로 지어지고 클린룸도 2개 많은 6개가 들어간다. 금융위원회는 P5를 총 60조원 이상이 드는 사업으로 설명했다. 2014년 평택 1라인 투자 계획의 약 4배다. 정부도 자금 지원에 나섰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2월 P5 1단계 설비투자 8조8000억원 가운데 2조5000억원을 저리로 공급하기로 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5대 시중은행이 나눠 맡는다.


속도도 다시 붙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5 첫 양산라인의 장비 반입 시점을 내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장비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 2014년 가동 시점을 1년 이상 당겼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간을 줄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12년 전과는 딴판이다. 올해 2분기 확정 실적 기준 영업이익은 89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 가운데 89조2000억원을 반도체(DS)부문이 벌었다. 사실상 전부다. 메모리 호황 전반이 만든 숫자다. 투자 규모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가 15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평택 신규 팹과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12년 전 삼성은 4조원대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15조6000억원을 걸었다. 지금은 비슷한 규모의 돈이 석 달 만에 반도체 설비로 들어간다. 오는 8일에는 3분기 잠정실적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6조9435억원으로 사상 첫 분기 100조원 돌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어닝쇼크 전날 시작된 평택의 승부는 이제 5라인이 돌아갈 2028년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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