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 끄고 해협 통과하는 ‘잠행 운항’ 급증
공개 선박 통계보다 실제 원유 수송량 훨씬 많아
공급 우려 완화하며 국제유가 안정에도 영향
지난 27일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주 바니아스 해안 앞바다. ⓒ신화/뉴시스
이란의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치 정보를 숨긴 채 통과하는 유조선이 급증하면서 원유 수송량이 전쟁 이전의 약 6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6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른바 ‘다크 탱커’가 늘면서 실제 원유 공급량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전의 60% 안팎까지 회복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항로, 속도 등을 외부에 실시간으로 알리는 장치다. 그러나 최근 유조선들은 공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협 진입 전 AIS를 끈 뒤 통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개된 선박 추적 자료만으로는 실제 통항량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블랙박스’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이달 초 시장 관계자들이 추산한 해협 원유 수송량도 하루 600만~1000만 배럴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공개 통계상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은 여전히 극도로 위축돼 있다. 지난 21일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2척에 그쳤다. 전쟁 발발 전에는 유조선과 가스운반선 등을 포함해 하루 평균 약 125척의 대형 상선이 이곳을 지났다. 다만 이 통계에는 AIS를 끈 선박이 잡히지 않는다.
원유 수송 회복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사우디는 최근 동부 라스타누라항에서 초대형유조선(VLCC) 7척에 약 1400만 배럴을 선적했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은 한때 하루 평균 290만 배럴로 늘어 8월의 70만 배럴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원유’가 예상보다 많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AIS를 끈 선박이 늘수록 실제 수송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사고나 공격 발생 시 선박 식별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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