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조·SK 5조…5년치 전기료 선납안 결국 무산
작년 전체 선납액의 60배…양사, 경영 불확실성에 부담 판단
한전, 72.8조 전력망 투자 앞두고 재원 마련 다시 숙제로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공사가 제안한 총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 방안을 거절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 한전은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한전에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삼성전자 약 20조원, SK하이닉스 약 5조원 등 총 25조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납부한 전기요금인 삼성전자 약 4조1000억원, SK하이닉스 약 9000억원을 토대로 2027~2031년 5년치를 산정한 것이다. 지난해 한전의 전체 전기요금 선납액이 약 39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제안 규모는 60배가 넘는다.
한전은 양사가 약 1년에 걸쳐 선납금을 나눠 내고 매달 발생하는 전기요금을 선납 잔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납금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선납안을 두고 내부 검토를 거쳤지만 최종적으로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5년간의 경영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비용을 앞당겨 집행하면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거절로 한전의 전력망 투자재원 확보도 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한전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대규모 송·변전망 투자를 앞두고 있다.
한전의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필요한 투자비는 72조8000억원이다. 직전 계획의 56조5000억원보다 16조3000억원(28.8%) 늘었다.
반면 한전의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전기요금 선납을 통해 한전채 발행 외에 새로운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차입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전력망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용인 국가·일반산단의 전력수요는 2041년까지 14기가와트(GW) 이상, 호남 반도체 산단은 6GW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반도체 생산 확대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가 25~30GW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도 나온다.
최대 전력 수요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선납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전은 급증하는 전력망 투자비를 충당할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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