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연임’ 공식 흔들…KB 세대교체, 은행장 승계 셈법 복잡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9.14 15:33  수정 2026.09.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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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대신 이재근 택한 KB

리딩금융발 ‘세대교체’ 신호탄?

연말 5대 은행장 모두 임기 만료

역대급 실적에도 거취 ‘안갯속’

KB금융지주가 안정 대신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에 나서면서 5대 시중은행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오랜 기간 굳건했던 금융권의 ‘실적=연임’ 공식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KB금융지주가 안정 대신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에 나서면서다.


연임을 예상했던 양종희 현 회장이 아닌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사진)을 차기 회장 후보로 발탁하면서 금융권에선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5대 은행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31일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들의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당초 은행권에선 올 상반기 주요 은행들이 사상 최대 호실적을 거둔 만큼 현직 행장들의 유임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리딩금융인 KB금융발 인사에 이변이 생기면서 은행장 전원의 연임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게 됐단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는 추석 연휴 전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이환주 행장은 지난해 취임해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을 1년 전보다 18.8%(3조8620억원) 끌어올리며 리딩뱅크 탈환 등 굵직한 공을 세웠다.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이재근 후보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이 행장은 이번 회장 후보군에 포함돼 이재근 후보와 경쟁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주주총회를 거쳐 이 후보가 취임하면 신임 회장의 친정 체제 구축과 이사회 쇄신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클 거란 전망이다.


리딩금융의 세대교체로 타 금융지주의 셈법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각 사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 상반기 2조458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6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 모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데다 KB금융의 변화 흐름,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CEO의 장기 재임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친단 점에서 ‘3연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역시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이라는 두드러진 성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금융 특유의 인사 관행이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체제가 마련된 이후 은행장들은 단임 임기를 마친 뒤 지주 부회장 등으로 잇달아 이동했다.


금융권 안팎으론 연임의 명분은 충분하지만, 전통적인 관행이 자리하는 만큼 이 행장의 연임은 이례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강태영 농협은행장도 험로가 예상된다.


정 행장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대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며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상반기 순이익(1조3730억원)이 1년 전 대비 11.9% 줄어 실적 부진이라는 흠집을 남기게 됐다. 리딩뱅크인 신한은행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한 지배구조 특성상 강태영 행장의 경우 실적 기여도와 무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과 맞물려 연쇄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경영승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가동된 상태다.


우리은행은 자추위 공식 개최를 위한 내부 사전 절차를 진행 중이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자추위 본격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올해 은행장 인선은 예년보다 정무적 판단이 미칠 영향이 클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KB금융 인선은 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타 금융지주의 쇄신을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탄탄한 실적과 건전성 관리는 물론, 내부통제, 세대교체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려 인사가 이뤄질 거란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실적이 좋으면 현 회장이 자리를 그대로 이어갈 거라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앞으로는 실적만으로 금융권 인사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며 “KB금융을 시작으로 연말 은행권 인사 역시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 국면에 접어들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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