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닛 활동 없이 두 멤버 조합을 소속사 주최 유료 전시로
르세라핌·리센느는 멤버 관계로 관심 확장…후배 키키는 팀 미감 앞세워
아이브 개별 활동도 이어졌지만…스타 활용과 장기적 팀 육성의 균형 과제
아이브(IVE) 안유진과 장원영의 전시회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스타 활용과 팀 육성 사이 과제를 드러냈다. 이미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두 사람으로만 내세운 사업은, 그룹 전체의 매력과 관계를 넓혀갈 시기에 가장 잘 알려진 조합을 별도 상품으로 키우는 기획이 멤버 간 주목도 격차를 굳힐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속사의 장기적인 방향을 돌아보게 한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안녕(An-Young) : 안유진×장원영 미디어아트 전시'는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개막해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두 사람은 아이즈원(IZ*ONE)에 이어 아이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따로 유닛 음반을 발표한 조합은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음악이나 공연 없이도 두 사람의 이름과 이미지, 팬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안녕즈’라는 조합이 독립적인 상품을 성립시켰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유닛 데뷔 전 그룹 내 인기가 많은 두 멤버를 묶은 상품으로는 세븐틴(SEVENTEEN) 정한·원우의 디아이콘 사진집 사례가 있다. 두 사람은 2023년 12월 '저스트, 투 오브 어스!'(just, Two of us!)를 선보인 뒤 2024년 6월 유닛 음반 '디스 맨'(THIS MAN)을 냈다. 다만 이는 외부 매체를 통한 화보 프로젝트로, 이번 전시는 소속사가 직접 주최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번 전시회 개최를 두고 소속사는 생일이 각각 8월 31일과 9월 1일인 두 사람을 함께 기념한다고 설명했으나 대중의 선호로 형성된 인기 조합을 소속사가 새로운 수익 사업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 여전히 눈에 띈다.
과거 멤버 간 관계성과 자체 콘텐츠를 활용한 팬덤 구축은 보이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음반 시장이 급성장하며 걸그룹 역시 초동 100만장 시대를 맞았고, 유명 멤버에게 쏠린 시선을 팀 전체로 확장해 코어 팬을 묶어두는 기획이 중요해졌다. 최근 기획사들이 팬덤을 팀 전체로 유입시키기 위해 자체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츠투하츠 유튜브 채널
리센느(RESCENE)의 원이 개인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는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올해 3월 원이와 미나미의 일본어·갸루 콘텐츠가 화제를 모은 뒤 원이와 제나의 사투리 콘텐츠, 리브와 메이의 조합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원이의 이름을 단 채널 안에서 다른 멤버들도 서로 다른 캐릭터를 얻었다. 인기 콘텐츠의 출연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개인 채널이 팀 전체를 알아가는 공간이 됐다.
데뷔 단계부터 공통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기획도 이어지고 있다. 하츠투하츠(Hearts2Hearts)는 업로드 주기가 긴 선배 그룹들과 달리 단체 예능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런닝맨'이나 '흑백 요리사' 같은 대중적 예능 프로를 오마주한 단체 콘텐츠를 짧은 간격으로 올리며 멤버 각자의 매력과 관계성을 동시에 노출시키고 있다.
아이브의 후배 그룹 키키(KiiiKiii) 역시 멤버 개인의 인지도보다 팀이 가진 미감과 기획력으로 먼저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인물 한 명을 앞세우기보다 Y2K 콘셉트에 어우러지는 멤버 전원의 합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시각적 기획이 먼저 시선을 끌고 독자가 그 틀 안에서 개별 멤버를 발굴하게 만드는 구조로 설계돼 기존 스타의 개인 인지도에 기대는 이번 안유진, 장원영 전시와는 출발점부터 명확한 대조를 이룬다.
ⓒ쏘스뮤직
아이브와 비슷한 출발 조건을 가진 대표적 사례는 르세라핌(LE SSERAFIM)이다. 2021년 데뷔한 아이브에 안유진·장원영이 있다면 2022년 데뷔한 르세라핌에는 김채원·사쿠라라는 아이즈원 출신 축이 존재했다. 여기에 '프로듀스48' 출신 허윤진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쏘스뮤직의 핵심 과제는 대중에게 생소한 신인 카즈하와 홍은채를 어떻게 신속하게 대중과 연결하느냐였다.
르세라핌은 선배 멤버들과 신인 멤버 사이의 시너지를 자체 예능과 밀착형 콘텐츠로 풀어냈다. 사쿠라와 김채원, 허윤진이 막내 홍은채를 챙기고 타국 생활을 시작한 카즈하를 배려하는 서사는 팬들이 신인 멤버를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다리가 됐다.
자체 예능 '르니버스' 등에서 축적된 관계성은 개개인의 성장 서사로 확장됐다. 언니들의 사랑을 받는 막내로 시선을 모은 홍은채는 KBS2 '뮤직뱅크' MC와 웹 예능 '은채의 스타일기'로 개인 입지를 넓혔다. 서툴던 막내가 진행자로 성장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카즈하 역시 자신의 발레 이력을 팀의 강인한 퍼포먼스 정체성과 결합하며 독자적인 매력을 구축했다. 기존 인지도를 지닌 멤버를 발판 삼아 신인 멤버를 육성하고 팀의 체급을 함께 끌어올린 선순환 사례다.
아이브 역시 이러한 팀 단위 확장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체 콘텐츠 '1,2,3 아이브'로 멤버들의 예능감을 다뤘고 레이는 개인 웹 예능 '따라해볼레이'로 무대 밖 존재감을 알렸다. 이서 역시 SBS '인기가요' MC로 활약했으며 올해 2월 발표한 정규 2집 '리바이브 플러스'(REVIVE+)에는 멤버 전원의 솔로곡을 수록해 개별 음악성을 조명했다.
그러나 단체 활동과 앨범 작업에서는 여섯 멤버의 균형을 모색하면서도 소속사 주최의 유료 사업으로 이어지는 기획에서는 또다시 압도적 인지도를 지닌 안유진과 장원영만을 택했다. 이러한 기획 방식은 특정 인기 조합의 소비를 반복시켜 소속사가 다른 멤버들의 매력이나 새로운 관계성을 발굴해 선보여야 할 기획적 노력을 오히려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인기 조합에만 수익 창출이 집중될수록 팬덤과 대중이 다른 멤버를 새로이 발견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스파 '레모네이드' 뮤직비디오
에스파(aespa)를 보면 스타쉽의 이번 선택과 대비를 이룬다. 카리나와 윈터라는 인기 멤버가 존재함에도 아이브와 다른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파의 경우 카리나의 개인 SNS 팔로워 수나 윈터의 보컬 및 화제성이 타 멤버에 비해 압도적인 지표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만을 묶은 별도의 유료 팝업이나 수익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4인의 독특한 세계관과 단체 퍼포먼스 브랜딩에 기획력을 집중해 왔다. 개인의 높은 인지도를 단체 앨범과 브랜드 가치로 환원시켜 팀 전체의 체급을 동반 상승시키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반면 스타쉽은 이미 완성된 두 스타의 개별 브랜드 가치를 직접적으로 수익화하는 길을 택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4세대 대표 비주얼 및 인기 멤버를 뜻하는 장카설(장원영·카리나·설윤) 중에서도 에스파의 카리나나 엔믹스의 설윤은 팀의 브랜딩과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는 반면, 장원영과 안유진은 개별 브랜드가 아이브라는 그룹 전체의 존재감을 넘어설 만큼 비대해진 특수한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두 멤버의 독보적인 인지도는 거대한 자산이지만 소속사가 이를 그룹 전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지 않고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직관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는 팀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장기적으로 유명 스타를 활용한 개별 사업과 그룹 전체를 장기적으로 이끄는 육성 기획 사이에서 세심한 균형을 잡는 것이 기획사의 진짜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브 역시 전원 솔로곡 수록 등을 통해 그룹으로서의 확장을 시도해 왔다. 이제는 이러한 시도를 음악을 넘어 사업 및 기획 영역에서도 다양한 멤버 조합과 스토리가 돋보이도록 이어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 안유진과 장원영의 전시에서 증명한 제작 및 기획 역량을 다른 멤버들의 매력과 여섯 명 전체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데까지 확장해야 기존 스타의 인지도 역시 팀을 오랫동안 떠받치는 단단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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