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정, ‘예쁜 것’을 덜어내고 찾은 모든 색 [인터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9.13 08:36  수정 2026.09.13 08:36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새 소속사 이적 후 ‘날것의 목소리’ 시도…“예쁜 것 덜어내며 진짜 나를 만났다”

INFJ의 깊은 생각과 감정도 창작 자산… 타협 없는 미감으로 앨범 만점 선언

러블리즈부터 홀로서기까지 스펙트럼 확장…“원래 꾸던 큰 무대 꿈 다시 놓지 않을 것”

독립 레이블을 지나 새 둥지에서 홀로서기를 이어가는 가수 류수정이 11일 네 번째 미니앨범 ‘올 더 컬러스 아이 엠’(ALL THE COLORS I AM)을 발매한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예쁜 음색과 정돈된 스타일을 내려놓고 ‘날것의 목소리’를 채워 넣은 이번 앨범은, 끊임없는 고민과 지난 시간의 모든 모습을 자신의 색으로 인정하며 완성한 솔로 아티스트 류수정의 진짜 스펙트럼이다.


“혼자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자율도도 높았고 직접 일궈냈을 때의 성취감도 정말 컸어요. 그런데 지금 회사에서는 제가 혼자 해온 일을 존중해주시면서 ‘지금도 좋지만 나와 이런저런 걸 같이 해보자’고 하셨어요. 그 말이 마음을 움직였죠. 가수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걸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보지 못한 시각으로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많이 믿고 따르려고 했어요”


회사로부터 처음 제안받은 내용은 “예쁜 것을 모두 빼보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과거의 류수정을 지우거나 꾸며진 모습을 거짓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앨범을 만들며 도달한 결론은 어느 하나만이 진짜가 아니라 그동안 거쳐온 모든 모습이 자신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올마이애닉도츠

“꾸민 것도 좋아하고 화장기 없는 모습도 좋아해요. 미니멀한 옷도, 완전히 꾸민 옷도 다 좋은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이건 나고 이건 내가 아닌가’라는 고민을 계속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냥 이 전부가 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 활동했던 모습도 나고, 이번 앨범을 낸 것도 나고, 그 모든 것이 모여 류수정이라는 사람을 만드는 거죠”


타이틀곡 ‘다이아몬드’는 앨범 작업 후반에야 나왔다. 초반에는 ‘럭키 참스’를 타이틀곡으로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류수정은 “아직 더 맞는 노래가 나올 것 같다”며 기다렸다. 작곡가 히스 노이즈의 또 다른 곡 코르티스의 ‘왓 유 원트’(What You Want)를 들었을 때 느꼈던 선명한 첫인상을 새 앨범에서도 원했기 때문이다.


“‘왓 유 원트’를 처음 들었을 때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그냥 좋다는 느낌이 왔어요. 히스 노이즈님만의 색이 딱 느껴지는 곡이었죠. ‘다이아몬드’를 처음 들었을 때도 똑같이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럭키 참스’를 타이틀로 밀었던 분들도 ‘이게 타이틀이다’라고 하면서 의견이 바로 모였죠”


ⓒ올마이애닉도츠

류수정은 솔로 활동 이후 줄곧 작곡에 참여해왔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작사 크레딧에만 이름을 올렸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는 함께했으나 자신의 멜로디를 남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택했다.


“이번에도 작곡은 계속 같이했어요. 다만 함께한 탑라이너 작가님이 곡을 너무 잘 쓰셔서 그 멜로디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만든 멜로디를 부르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이쪽이 훨씬 멋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더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타이거 아이즈’(Tiger Eyes)부터 ‘그래비 걸’(Grabby Girl), 이번 ‘다이아몬드’까지 음악과 콘셉트는 계속 달라졌지만 그 가운데 놓지 않은 감각도 있다. 류수정은 이를 요즘 표현으로 ‘느좋’, 즉 느낌이 좋은 것으로 설명했다.


“저는 ‘미감 없으면 죽는 병’이 있다고 불리거든요. 주변에서도 ‘수정이는 미감 없으면 죽어’라고 해요(웃음). 결국 제가 봤을 때 느낌이 좋아야 하고 미감이 있어야 한다는 건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느낌만 지키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는데 이번 회사는 저만큼 그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발매가 미뤄지더라도 그 감각을 지키고 가는 점이 좋았어요”


ⓒ올마이애닉도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류수정은 하나의 감정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많은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음악으로는 어떻게 풀어내는지 묻자 그는 “엠비티아이(MBTI)가 인프제(INFJ)라 생각이 정말 많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생각을 멈추는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떨쳐낼 수 없는 성향이라면 창작에 활용하기로 했다.


“제가 정말 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고 하면 주변에서 ‘네가 생각이 많아서 그래’라고 해요.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생각하거든요. 처음에는 그게 저를 너무 힘들게 해서 멍 때리는 법도 찾아봤는데 떨쳐낼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계속 생각하자고 했어요. 지금은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발전하게 만드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이 들면 메모장에 바로 쓰고 슬럼프 때 느낀 감정도 전부 적어둬요. 당시에는 이걸 글로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사가 되더라고요”


ⓒ올마이애닉도츠

류수정은 이번 앨범에 평소 자신에게 좀처럼 주지 않던 ‘만점’을 줬다. 새 출발에 만족해 앨범을 꾸준히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려던 류수정에게 다시 큰 목표를 떠올리게 한 것은 이해인 이사의 말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애써 참아냈다.


“저는 ‘이런 공연도 좋고, 앨범을 낼 수 있어 좋다’고 했는데 해인 언니가 ‘나는 네가 큰 무대에 있는 걸 상상한다.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원래 꾸던 꿈을 놓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울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더 큰 무대에도 서고 더 좋은 앨범을 계속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 더 컬러스 아이 엠’은 예쁘게 다듬은 목소리와 힘을 뺀 날것의 목소리, 화려한 모습과 미니멀한 모습, 무너지는 순간과 다시 일어나는 시간을 모두 자신의 색으로 인정한 결과다. 하나의 색을 고르는 대신 자신을 이루는 모든 색을 꺼낸 류수정은 이제 그 스펙트럼을 더 큰 무대까지 가져가려 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