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운임 널뛰자 ‘한일 항로’ 존재감 빛났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11 14:18  수정 2026.09.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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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운임 4배 출렁일 때 한일 1.4배

68% 환적화물이 만든 안정성

부산항 환적 비용 최대 30% 절감

해상운임 불확실성↑…지속가능성 과제

부산항에 적재된 컨테이너들 ⓒ데일리안 DB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공급 과잉과 지정학적 위기로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한일항로의 운임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서안항로 운임이 최고·최저 간 4.34배까지 벌어진 동안 한일항로는 1.42배 차이에 그쳤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높은 환적 비중과 한국 국적선사 중심의 항로 운영, 선사 간 협력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안병길, 이하 해진공) 부산발 컨테이너 운임종합지수(KCCI)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월 2일을 100으로 했을 때 2026년 8월까지 미국 서안항로(KUWI)의 주간 변동률은 7.59%를 기록했다. 반면 한일항로(KJI)는 1.39%에 머물렀다.


한일항로의 안정성은 단순히 운임 흐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일 양방향 물동량에서 환적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환적 네트워크가 한일항로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상반기 한·일 양방향 물동량은 총 112만TEU였다. 이 가운데 약 68%가 환적 화물로 집계됐다.


일본의 다항만 분산 체제도 부산항 환적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은 도쿄·오사카·고베·나고야·요코하마 등 5대 메이저 항만과 지방 항만이 분산돼 있다.


일본 수출입 화주 입장에서는 일본 내 항만을 통한 환적보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최대 3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항이 가진 운항 스케줄과 다양한 서비스도 일본 화주들의 환적 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국적선사 중심의 항로 운영 역시 한일항로 특징이다. 일본 3대 선사인 NYK, MOL, K-Line의 컨테이너 부문이 통합돼 ONE으로 단일화한 이후 일본계 선사들은 장거리 원양항로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반면 한국은 다수 중소형 근해선사가 한일항로 운항의 80%가량을 한국 국적선사가 주도하고 있다.


부산항 처리 규모와 서비스 경쟁력도 이런 구조를 뒷받침한다. 부산항의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은 2440만TEU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일본 5대 메이저 항만의 처리량 합계인 1562만TEU를 웃돈다.


일본 화주의 부산항 접근성과 한국 선사 중심 효율적인 항로 운영이 맞물리면서 부산항을 통한 환적 경쟁력이 다시 한일항로 안정적인 운송 구조로 이어지는 것이다.


선사 간 협력도 주요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 소속 11개 선사는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짧은 항로 특성에 맞춰 선복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수급 균형을 도모해 왔다.


여기에 높은 환적 비중과 대형선사 장기 계약 구조가 더해지면서 단기적인 운임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일항로의 안정성이 앞으로도 자동으로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변동 주기가 짧아지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협력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사와 화주 간 상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거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과 극동-유럽운임동맹(FEFC) 해체 사례처럼 업계 자율 협력체계도 대외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일항로가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 변동성을 보인다고 해서 선사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운임 변동성이 낮으면 미래 경영을 예측하기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임이 높을 때 수익을 극대화하고 낮을 때 비용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사 입장에서는 수익 극대화와 안정적인 경영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다.


결국 한일항로의 과제는 현재의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글로벌 해운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운송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항로는 단순히 양국 간 무역을 넘어 부산항을 중심축으로 한 글로벌 피더 네트워크로서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고유의 시장 구조와 협력 체계가 만들어낸 차별화된 안정성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발맞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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