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자동차업계 "中車·부품에 최대 80% 관세" 요구
中 브랜드 유럽 점유율 확대…부품 수입도 급증
현지 공장 늘리는 中 업체에 "조립만 해선 안 돼"
현대차·기아엔 기회…부품 현지화 압박은 부담
위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유럽 자동차업계의 중국 견제가 완성차를 넘어 부품 공급망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관세 장벽을 피해 유럽 현지 생산을 늘리자 차량을 어디에서 조립했는지를 넘어 부품까지 유럽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유럽에 생산기지를 갖춘 현대차·기아에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공급망 현지화 압력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자동차산업협회 안피아(ANFIA)의 로베르토 바바소리 회장은 최근 중국산 자동차와 부품의 유럽 수입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8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유럽 연간 신차 등록대수의 8%까지 허용하되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80%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특히 완성차뿐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 부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가치에서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만큼 완성차만 규제해서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와 별도로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업체별로 합산 관세 부담은 약 18~45% 수준이다. 2024년 도입됐으며 5년간 적용된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업계에서는 완성차 관세만으로 중국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EU 신차시장 점유율이 올 상반기 이미 9%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올해 1~8월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1% 증가하며 점유율 15%를 기록했다.
중국산 자동차 부품의 유럽 침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EU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무려 66%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대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이 약 50%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유럽산과 중국산 부품 사이에는 30~35%가량의 가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유럽 자동차업계의 관심도 '중국차가 유럽에서 얼마나 팔리는가'에서 '중국 업체가 유럽에서 차를 만들 때 어떤 부품을 사용하는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유럽 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EU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이미 7만6000명의 감원 계획이 발표됐다. 중국산 저가 부품의 유입과 유럽 자동차 생산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산업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유럽에 진출한 국내 업체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체코 노쇼비체, 기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완성차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유럽으로 수출해온 업체들과 비교하면 이미 유럽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앞서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관세를 피해 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규제의 초점이 '어디서 차를 만들었느냐'에서 '어디서 만든 부품을 사용했느냐'로 이동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구축해온 유럽 현지 공급망의 가치도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산 자동차 부품 자체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하면 현대차·기아 역시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유럽에서 차량을 생산하더라도 배터리와 전장부품 등 일부 핵심 부품은 역외에서 조달하는 만큼 향후 현지조달 요건이 강화될 경우 공급망을 추가로 재편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등 주요 부품 계열사를 중심으로 유럽 생산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향후 EU의 자동차 보호정책이 완성차 관세에서 부품 원산지와 현지조달 비중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완성차 업체의 유럽 생산능력뿐 아니라 공급망 현지화 수준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기존 관세만으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진입을 막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현지조달 요건이 강화될 경우 유럽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업체에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부품까지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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