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이 가른 고려아연 경영권…최윤범 측 방어 성공(종합)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9.09 14:38  수정 2026.09.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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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서 양측 2명씩 선임…MBK·영풍 후보 1·2위 차지

감사위원 백인규 81.8% 찬성으로 선임…박유경 부결

표 대결 아닌 '룰 대결'…감사위원 승부 가른 3%룰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서 개최된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 현장 전경.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공세를 또 한 번 막아냈다. 일반 이사 선임에서는 MBK·영풍 측 후보가 득표 1·2위를 차지하며 표 결집력을 과시했지만, 이번 주총의 최종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1석은 최윤범 측 백인규 후보가 가져갔다.


최 회장 측이 이사회 우위 구도를 지켜내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가운데, MBK·영풍 측도 이사회 7석을 확보하면서 향후 견제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3개 안건을 처리했다. 당초 오전 10시 개최 예정이었던 주총은 일부 주주들의 입장이 늦어지면서 10시25분 개회했다.


첫 번째 안건인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개정 상법 시행에 맞춘 정관 변경이다. 이 안건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도 상정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 주주가 당시 부결 사실을 언급하며 다른 주주들에게 적극적인 찬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집중투표 이사 4석…득표는 MBK·영풍 우위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서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두 번째 안건인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의 건'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각각 2명의 이사를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득표에서는 MBK·영풍 측 후보들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이사회 진입에 그치지 않고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와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1·2위에 올랐고 유미개발 주주제안으로 후보에 오른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각각 3·4위를 기록했다.


집중투표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1주당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이사 4명을 선임하는 만큼 주주들이 보유 주식의 4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후보별 득표 순위는 각 진영이 가진 의결권을 어느 후보에게 얼마나 집중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표결에서는 MBK·영풍 측 후보 2명이 1·2위를 차지하면서 일반 이사 선임을 놓고는 MBK·영풍 측이 우위를 보였다. 다만 양측이 각각 2석씩 확보하면서 제2호 안건만으로 이사회 주도권이 뒤집히지는 않았다.


표 대결 아닌 '룰 대결'…감사위원 승부 가른 3%룰


최종 승부처인 세 번째 안건에서는 최윤범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백 후보는 찬성 509만2815주로 출석 의결권의 81.8%를 얻었고 MBK·영풍 측 박유경 후보는 173만965주로 27.93%의 찬성률에 그쳐 부결됐다.


특히,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회사 측은 표결에 앞서 최대주주인 YPC의 특수관계인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관련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지분 전체를 합산한 뒤 3% 한도 내에서 각 주주의 지분 비율에 따라 안분해 집계했다고 밝혔다.


결국 같은 임시주총에서 치러진 두 표결의 결과는 엇갈렸다. 집중투표로 진행된 일반 이사 선임에서는 MBK·영풍 측 후보가 득표 1·2위를 차지했지만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최윤범 측 백인규 후보가 81.8%의 찬성률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일반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되는 의결권 제도의 차이가 양측의 표 대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임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14명에서 19명으로 늘어나며 최윤범 측 12명, MBK·영풍 측 7명 구도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은 감사위원을 포함한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면서 이번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MBK·영풍 측도 이사회 7석을 확보하며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반을 넓혔다.


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의 내부통제와 감사위원회 독립성을 둘러싼 양측 주주들의 공방도 이어졌다. MBK·영풍 측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필요성을 강조했고, 고려아연 측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회사의 실적과 미래 성장사업, 후보자들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맞섰다.


이번 주총으로 최윤범 측의 경영권 방어는 일단 성공했지만 경영권 분쟁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MBK·영풍 측이 7명의 이사를 확보하면서 이사회 내 견제력이 커진 만큼 앞으로 주요 경영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의 무대가 주주총회였다면 향후에는 이사회가 양측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새로운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주총장 밖에서는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MBK·영풍의 미국 제련소 투자와 중국투자공사(CIC) 참여 등을 비판하는 피켓시위를 벌였고 주총장 인근에는 소액주주모임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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