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0조 첨단전략기금 심의 기록 사실상 ‘공백’ …사후검증도 막혔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9.10 06:13  수정 2026.09.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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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영업비밀 안건 심의내용 별도 기재 안 해”

7500억 PF 지원도 의사록엔 ‘만장일치 가결’뿐

국가보증잔액 2030년 78.5조…“사후검증 가능해야”

박상진(왼쪽 일곱번째부터) 산업은행 회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핵심 재원인 90조원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자금지원 심의 과정이 사실상 ‘기록 자체가 없는’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포함된 안건은 비공개로 심의하고, 공식 의사록에는 구체적인 심의 과정과 위원별 판단을 남기지 않고 있어서다.


별도로 작성된 회의요지에도 주요 질의·답변만 요약돼 누가 어떤 의견을 냈고 어떤 근거로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잔액은 2030년 78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대규모 국가보증이 수반되는 정책금융 프로그램인 만큼 향후 손실이나 논란이 발생했을 때 당시 어떤 쟁점이 제기됐고 이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사후 검증할 수 있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자금지원 안건에 기업의 경영상·영업상 비밀 등이 포함된 경우 비공개로 심의를 진행해 위원들의 심의내용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정·투명’ 강조…심사 과정은 비공개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자금지원은 두 단계 심사를 거친다.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의 예비심사를 거쳐 투자심의위원회가 자금지원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1차로 심의한다.


이후 첨단전략산업기금의 법정기구인 기금운용심의회가 자금지원 여부를 최종 의결한다.


투자심의위원회에는 산업·금융·재무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기금운용심의회는 국회와 정부부처, 대한상공회의소, 산은 추천 인사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이 같은 2단계 심사를 ‘전문성과 공정성·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심사에 참여하는 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산은은 “기금집행에 대한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 및 심사의 공정성 확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사 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만큼 자금지원의 적정성·타당성과 자금지원 여부 등을 판단하려면 최소한의 기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기록은 주요 질의·답변의 취지를 요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운용심의회 운영규정’ 제9조에 따르면 의사록에 ‘의사진행의 경과 및 그 결과’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록엔 결과만…회의요지도 ‘일부 위원’


하지만 공식 의사록은 비공개 심의 사실과 의결 결과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별도 회의요지에는 의사록보다 많은 질의·답변이 담기지만 누가 발언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 대부분 ‘일부 위원’ 등으로만 정리돼 있다.


실제 지난 1월 22일 열린 제1차 투자심의위원회 에너지·인프라 분과에서는 ‘신안우이 390MW 해상풍력 발전사업 PF금융 지원’ 안건을 심의했다.


공식 의사록에는 경영·영업상 비밀이 포함돼 비공개로 심의했다는 내용과 출석위원 만장일치로 원안 가결됐다는 결과만 담겼다.


별도 회의요지에는 공급망 국산화와 국산 풍력발전기 도입 가능성, 어업피해보상 등 인허가 위험, 송배전 문제에 따른 출력제한 가능성 등에 대한 질의·답변이 담겼다.


하지만 안건 관계인이 퇴장한 뒤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 앞서 제기된 위험요인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관계인 퇴장 이후 곧바로 출석위원 만장일치 원안 가결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당 안건 의결로 투입된 7500억원의 자금지원이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쳐 적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는지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종 의결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심의회도 경영·영업상 비밀이 포함된 비공개 안건에서는 구체적인 심의 과정 대신 안건 처리와 결과 위주로 공식 의사록을 남기고 있다.


90조 기금 운용…“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 사후검증 가능해야”


자금지원 안건은 투자심의위원회 1차 심의부터 기금운용심의회 최종 의결까지 비공개로 다뤄진다. 보다 상세한 회의요지 역시 비공개 자료로 관리된다.


이마저도 위원별 발언이나 제기된 쟁점을 어떻게 평가해 최종 판단에 이르렀는지는 기록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심의기록의 적정성 문제는 국민성장펀드의 운용 규모가 확대되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운용 규모를 기존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확대했다.


이 가운데 정부보증채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75조원에서 90조원으로 늘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의 원리금은 국가가 보증한다. 국가보증잔액은 올해 말 6조4000억원에서 2027년 21조5000억원, 2028년 40조1000억원, 2029년 59조4000억원을 거쳐 2030년 78조50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를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심의의 기본적인 내용은 기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정훈 의원은 “정부는 기업에 공시를 제대로 하라고 하고, 금융회사에는 의사결정 과정과 회의록을 충실히 남기라고 요구한다”며 “그렇다면 국민의 돈과 국가의 신용이 들어가는 정책금융은 그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비밀은 보호하되, 공개하지 않는 것과 기록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9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국가보증까지 수반되는 만큼 어떤 쟁점을 검토했고 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는 반드시 사후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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