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도 높은 'Non-GMO 옥수수'
러-우 전쟁 격화에 흑해 항로 물류차질
"현재 재고 있지만 내년 물량 확보 관건"
지난 7월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 흑해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기니비사우 국적 곡물운반선 '골든 레오'(Golden Leo)호가 연기를 내뿜고 있다. ⓒ뉴시스
전분당(물엿·과당 등) 제조 업계의 원료 확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로 흑해 항로에서 곡물 운반선 피격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Non-GMO(비유전자변형) 옥수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국내 식품업계는 이미 확보한 재고로 올해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상 재계약이 시작되는 11월 이후 물량 확보 여부는 불확실하다. 상반기 포장재 수급 문제에 이어 곡물까지 수입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분당 생산 기업들(CJ제일제당·대상·삼양사·사조CPK)은 최근 우크라이나산 Non-GMO 옥수수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Non-GMO 옥수수는 전분당 생산의 주원료로 사실상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미국·브라질 등 수입선이 다변화 돼 있지만, 특정 국가로부터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체 조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저조한 국내 옥수수 자급률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옥수수 자급률은 1% 미만이다. 승준호 KREI 곡물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가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수요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Non-GMO 옥수수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진 것은 러시아가 지난 7월부터 흑해를 오가는 우크라이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로 분석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식품부,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된 Non-GMO 옥수수는 5만2450t(톤)으로 전월(16만1711t) 대비 67.6%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1월(9만143톤) ▲2월(9만9076톤) ▲3월(10만8067톤) ▲4월(14만8696톤)으로 늘었다가 ▲5월(7만8267톤) 으로 감소한 뒤, ▲6월(18만7439톤) ▲7월(16만1711톤)으로 개선되더니 지난달 5만톤대로 급락했다.
이는 흑해 상황이 본격 악화하기 전에 출항된 물량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선적한 곡물이 한국까지 도착하는 데 통상 한 달 가량 걸리는 만큼, 최근 흑해 항로 차질이 국내 수입 물량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이 주목된다.
유엔 관계자가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출발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에 정박 중인 벌크 화물선에 실려있는 곡물을 검사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전분당 업계에서는 당장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요 전분당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필요한 재고를 상당 부분 확보해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흑해 곡물 항로가 앞서 미국-이란 전쟁 당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처럼 장기화할 경우, 국내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재차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당시 나프타 수급 차질이 국내 포장재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흑해 항로의 운송 차질이 Non-GMO 옥수수 수급 불안에 따른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우크라이나산 Non-GMO 옥수수를 대체할 만한 조달처도 마땅치 않다. Non-GMO 옥수수는 사료용 옥수수와 달리 공급 가능한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KBCH)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브라질 등에서 수입되는 옥수수는 대부분 GMO(유전자변형) 품종이며 Non-GMO 품종 수입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GMO 옥수수의 상업적 재배를 허용하지 않는 만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Non-GMO 옥수수 주요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다른 전분당 업계 관계자는 "당사를 포함한 국내 전분당 업체들의 경우 우크라이나산 Non-GMO 옥수수 사용 비중이 높은 상황"아라며 "남아공, 러시아 연해주, 미국 등을 통해 일부 수급은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이 상반기 식품업계의 포장재 원가 부담을 가중시킨데 이어 하반기에는 각종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전분당의 주원료인 Non-GMO 옥수수까지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권에 들어온 형국이다.
Non-GMO 옥수수는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원료인 만큼 흑해 항로 불안이 장기화하면 전분당 업체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라면·빵·과자 등 가공식품업체의 원가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다음 계약이 시작되는 11월을 앞두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Non-GMO 옥수수 선적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식품업계 전반의 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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