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중심 친환경 주택에 태양광·써마브이…냉난방·온수까지 화석연료 없이
OSO 버퍼탱크 결합한 B2B 솔루션 유럽 첫 수주…관리·유지보수도 한데 묶어
네덜란드 리더케르크에 조성되고 있는 102세대 규모의 사회임대주택. LG전자의 히트펌프 등 고효율 설비가 적용된 곳이다.ⓒ임채현 기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차로 약 20분을 달리자 신축 아파트 여러 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지 주택협회 운콤파스(Wooncompas)가 로테르담 인근 리더케르크에 조성 중인 102세대 규모의 사회임대주택이다. 건물은 대부분 목재로 짓고 있으며 태양광 패널과 LG전자 히트펌프 등 고효율 설비가 적용됐다.
옥상에 올라서자 LG전자의 공기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Therma V)' 실외기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보일러 대신 외부 공기에서 얻은 열에너지로 실내 냉방과 난방, 온수까지 공급하는 제품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가정 난방과 온수에 쓰이던 가스를 줄이고 히트펌프 등 전기 기반 설비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 역시 이런 변화 속에서 LG전자의 히트펌프와 온수 솔루션을 적용한 사례다.
로빈 클라우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ES사업 리더 뒤로 공동주택 옥상에 LG히트펌프 실외기들이 설치된 것이 보인다. ⓒ임채현 기자
옥상엔 써마브이, 집 안엔 OSO 버퍼탱크
히트펌프는 냉장고가 내부의 열을 밖으로 빼내는 것과 같은 원리를 반대로 활용한다. 외부 공기에서 열을 가져와 냉매의 상태를 변화시키고 이를 난방과 온수 등에 이용한다.
LG전자에 따르면 써마브이는 자체 개발한 고효율 인버터 스크롤 컴프레서를 적용해 운전 조건에 따라 투입되는 전력 대비 약 4~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화석연료 보일러와 비교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약 40~60%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R32 냉매를 사용하며 영하 15도에서도 난방 운전이 가능하다. 1m 거리에서의 소음도 44dB(A) 수준으로,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세대 안에 설치된 버퍼탱크.ⓒ임채현 기자
옥상에서 내려와 실제 세대 안으로 들어가자 히트펌프와 연결된 스테인리스 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버퍼탱크다.
버퍼탱크는 히트펌프가 만든 난방수를 일정량 저장하고 온도를 유지한 뒤 배관 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난방 수요가 달라질 때마다 히트펌프가 계속 켜졌다 꺼지는 것을 줄여 컴프레서 등 주요 부품의 부담을 낮추고 시스템의 효율과 수명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거실과 방 3개를 모두 난방하다가 방 1개만 난방을 켜고 나머지 공간의 난방을 끄면, 배관을 도는 물의 양이 갑자기 줄면서 수온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버퍼탱크는 이때 남는 열과 난방수를 받아들여 순환을 안정시키고, 히트펌프가 짧은 시간 간격으로 켜졌다 꺼지는 것을 줄여준다.
히트펌프도 탱크도 LG…설계부터 관리까지 '한 곳에서'
LG전자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써마브이와 OSO의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를 하나의 B2B 솔루션으로 묶어 유럽에서 수주한 첫 사례다. 기존에는 건설사가 히트펌프와 버퍼탱크 공급사를 각각 찾아 발주하고 관리했다면, 이곳에서는 LG전자가 두 제품의 용량과 배관, 제어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패키지 공급은 설치 이후 관리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관계자는 히트펌프와 버퍼탱크의 제어와 관리 체계를 한데 묶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 주체가 명확해지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유지보수가 편리해지고, LG전자 입장에서도 단품 공급보다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로빈 클라우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ES사업 리더는 "유럽 고객의 요구도 보다 편리하게 냉난방과 온수, 열 저장과 제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주택 건설 현장. 지붕 위 LG전자 히트펌프 실외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임채현 기자
700만 가구 '탈가스'…설치인력 확보도 과제
네덜란드에서 히트펌프가 주택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배경에는 탈가스 정책이 있다. 과거 네덜란드도 가정 난방과 온수에 가스를 주로 사용했지만, 정부는 2019년 약 700만 가구와 100만개 건물을 대상으로 2050년까지 가스 사용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축 주택은 기본적으로 가스 없이 지어진다. 기존 주택의 히트펌프 전환에는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수요 확대와 함께 설치 인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히트펌프 기술 자체는 오래됐지만 주택시장에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를 설치하고 관리할 숙련 기술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지 설명이다. 기존 가스보일러를 다뤄온 설치기사들이 히트펌프 기술을 새로 익히는 전환도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10년 넘게 현지에서 'LG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설치기사에게 관련 교육과 인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교육받은 인원은 누적 1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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