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온라인서 가격 다 보는데 왜 매장 갈까…네덜란드에 '22평 집' 만든 LG

로테르담(네덜란드) = 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9.10 10:00  수정 2026.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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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매장 73㎡로 넓혀 실제 주거공간 구현…리모델링 후 매출 20%↑

가격·스펙 비교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은 AI홈·생활 경험으로 차별화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내에 위치한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내에 입점한 LG전자 매장. 해당 빌리지에 입점한 가전 매장 중 유일하게 집 형태를 구현했다. ⓒ임채현 기자

냉장고와 세탁기, TV가 줄지어 놓인 전자제품 매장을 걷다 보면 한쪽에 '집'이 나타난다. 주방에는 오븐과 인덕션, 식기세척기가 들어가 있고 거실과 다용도실에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이 실제 가정처럼 배치돼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내 LG전자 매장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약 28㎡(8평)였던 매장을 73㎡(22평)로 3배 가까이 넓혔다. 넓어진 공간을 더 많은 제품으로 채우는 대신 주방과 거실, 다용도실을 갖춘 집으로 만들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내에 있는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임채현 기자

온라인에서 가격과 사양을 손쉽게 비교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품들은 집에 가서 쓰이는데 매장에서는 너무 제품이 쭉 나열돼 있다"며 실제 생활공간에서 제품이 어떻게 보이고 쓰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집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근 가전매장들을 둘러보면 여전히 냉장고와 세탁기 등 제품을 품목별로 늘어놓는 전통적인 진열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사양과 가격표를 한눈에 비교하기에는 편하지만, 제품이 실제 집에 들어갔을 때의 모습이나 여러 가전을 함께 사용할 때의 경험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LG전자 매장에서는 반대로 개별 제품의 기능보다 여러 가전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시연이 이어졌다.


LG 씽큐(ThinQ)와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Homey)'를 연동해 전기요금이나 가정용 배터리 상태에 따라 세탁기와 건조기의 작동 시간을 조절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2~3층에 두는 집이 적지 않은데, 세탁 종료 여부를 확인하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대신 거실 디스플레이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창문이 열리면 에어컨을 자동으로 멈춰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기능도 시연됐다.


제이 로머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마케팅팀 매니저ⓒ임채현 기자

제이 로머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마케팅팀 매니저는 온라인에서는 가격과 기능을 비교할 수 있지만 제품을 실제로 경험하기는 어렵다며, 고객이 제품이 거실과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도록 매장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주거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고 비싼 만큼 공간 활용과 실제 편의성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매장 변화는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리모델링 이후 올해 상반기 이 매장의 LG전자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제품 한 대를 보러 왔다가 체험을 거쳐 다른 가전까지 함께 구매하는 사례도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내에 위치한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내에 입점한 하이센스 매장. ⓒ임채현 기자

주변 매장에서도 최근 기존의 '줄세우기식' 진열에서 벗어나 제품 배치와 전시 구성을 달리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다만 LG전자처럼 주거공간 전체를 구현한 형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네덜란드에는 LG전자 가전 직영매장이 없다. 대신 주요 유통업체 대부분에 입점해 수백개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보다 유통사 안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제품을 경험시킬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큰 시장이다.


이번처럼 집 전체를 구현한 형태는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도했다. LG전자는 현지 반응이 좋은 만큼 향후 비슷한 형태의 매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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