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시작과 동시에 공개 조회수 집계
원이·하츠투하츠 자컨 빠르게 확산
실질 시청은 별도 지표…성과 해석 달라져
아이돌 자체 콘텐츠(이하 자콘 / 통상 자컨으로 표기)를 보는 방식이 유튜브의 조회수 기준까지 바꿔놓고 있다. 팬들이 재미있는 장면을 짧은 클립으로 만들어 엑스(X, 옛 트위터)와 쇼츠에 퍼뜨리고, 이를 접한 이용자가 원본 영상으로 들어오는 흐름이 보편화된 가운데 유튜브가 재생 시작과 동시에 공개 조회수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이돌 자컨이 빠르게 높은 조회수를 쌓는 모습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6일 그룹 리센느(RESCENE)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개한 ‘원이 근황’은 37분 길이의 영상임에도 이날 기준 약 1170만회를 기록했다.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자체 콘텐츠 ‘둘셋하투하’도 비슷하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아이코닉 파워 레이스’(ICONIC POWER RACE) 4회는 이날 기준 약 410만회, 전날 공개된 5회는 약 204만회를 기록 중이다. 구독자 중심의 자체 콘텐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상승세다.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이는 두 콘텐츠가 공개되기 직전 유튜브의 조회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지난달 24일부터 쇼츠와 긴 형식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등 모든 형식에서 영상 재생이 시작되는 순간 공개 조회수를 집계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클릭하거나 탭한 경우뿐 아니라 자동 재생되거나 마우스 커서를 올려 첫 프레임이 재생된 경우도 포함된다.
대신 공개 조회수와 실질적인 시청 데이터를 분리했다. 영상의 처음 몇 초가 지난 뒤에도 시청을 이어간 횟수는 ‘유효 조회수’, 실제로 머문 시간은 ‘유효 시청 시간’으로 따로 계산한다. 수익 배분과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 자격에도 공개 조회수가 아닌 이들 지표가 사용된다.
내년 2월부터는 수익 창출 문턱도 높아진다. 신규 창작자가 광고와 유튜브 프리미엄 수익을 받으려면 구독자 1000명과 함께 최근 1년간 유효 시청 시간 8000시간 또는 최근 90일간 유효 쇼츠 조회수 2000만회를 채워야 한다. 기존보다 두 배 높아진 기준이다. 이미 YPP에 가입한 채널의 자격은 유지되지만 쇼츠 수익을 계속 배분받으려면 최근 90일간 유효 쇼츠 조회수 1000만회를 유지해야 한다.
공개 조회수의 문턱은 낮추면서 수익과 연결되는 기준은 높인 데에는 달라진 영상 소비 환경이 반영돼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이용자가 영상을 선택해 재생하기보다 피드를 넘기는 과정에서 콘텐츠를 발견하게 된다. 유튜브 역시 끝까지 본 영상과 한 번이라도 접한 영상을 하나의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워지자 지표를 나눈 것이다.
ⓒ하츠투하츠 공식 유튜브 채널
이 같은 변화는 아이돌 자체 콘텐츠와 특히 맞닿아 있다. 아이돌 자컨의 경우 팬들이 멤버의 말과 행동 가운데 재미있는 부분을 짧게 잘라 공유하고, 게시물이 화제를 얻으면 그룹을 잘 모르던 이용자도 유튜브 원본을 찾아간다.
하츠투하츠의 ‘아이코닉 파워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SBS 예능 ‘런닝맨’에서 익숙하게 봐온 초능력자 레이스에 에이나의 원숭이 캐릭터를 결합했다. 에이나의 분신인 ‘숭숭이’들이 그를 지켜주는 설정과 에이나가 그들을 조종하는 장면은 짧게 잘라도 상황과 웃음이 전달된다. 해당 장면은 엑스 등을 통해 퍼졌고 이후 원 영상까지 빠르게 조회수를 쌓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자체 콘텐츠는 팬들이 재미있는 부분을 클립으로 만들어 엑스 등에 공유하고 이를 본 사람들이 다시 유튜브 원본으로 들어오는 흐름이 중요해졌다”며 “특히 걸그룹 팬덤은 멤버를 딸처럼 아끼고 직접 알리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해 자발적인 확산이 더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원이와 하츠투하츠 콘텐츠가 실제 화제를 모은 것은 분명하지만 바뀐 기준 아래의 조회수를 과거 영상과 그대로 비교하기도 어려워졌다. 기획사와 광고주 역시 앞으로는 공개 조회수와 함께 평균 시청 지속 시간, 유효 조회수, 구독 전환 등 여러 지표를 함께 살필 수밖에 없다.
아이돌 자컨의 역시 짧은 클립으로 팬이 아닌 사람들의 알고리즘에 닿는다면 원본에서는 멤버의 캐릭터와 관계성을 충분히 보여줘 다음 영상과 음악 활동까지 관심을 이어가게 해야 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쇼츠 활용이 늘면서 기존의 조회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졌고 짧고 빠른 영상 소비에 맞게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생겼다”며 “동시에 유튜브가 바이럴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서 릴스·틱톡과 다시 경쟁하는 체제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번 개편은 지표의 기능을 분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조회수로는 콘텐츠의 외부 파급력과 화제성을 보여주고, 실질적인 성과는 이용 시간과 유효 조회수로 따지는 방식”이라며 “일반 이용자에게는 조회수가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여전히 영향력이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조회수만으로 콘텐츠를 평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조회수뿐 아니라 시청 지속 시간 등 여러 지표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며 “공개 조회수는 과거보다 유효 시청보다는 노출에 가까운 지표가 됐다. 조회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과거와 현재의 같은 조회수도 서로 다른 의미를 갖게 되고, 이용자들도 점차 조회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분해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