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넘어 내수로…오비, 국내용 ‘찰랑’ 이달 말 출시
식당·주점부터 공략…카스와 영업·마케팅 시너지 노려
‘먹던 술’ 바꾸기 쉽지 않아…브랜드 안착이 최대 과제
오비맥주, 청정 화산암반수로 만든 고품질 소주 찰랑 출시ⓒ오비맥주
국내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가 소주까지 영역을 넓히며 종합주류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지난해 말 수출용 소주 생산을 시작하며 맥주 중심이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비약적으로 확대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소주 시장까지 직접 정조준하고 나섰다.
오비맥주는 이달 말 국내용 첫 소주 ‘찰랑’을 출시한다. 찰랑은 청정 화산암반수로 만들어 인위적인 알코올 향과 단맛을 줄이고, 바다소금을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전량 오비맥주 제주공장(옛 제주소주)에서 생산되며, 알코올 도수는 15도로 낮춘 제로슈거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2024년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동남아 수출용 과일소주 ‘건배짠’과 미국 수출용 소주 ‘찰랑’을 생산·판매해왔다. 회사 측은 수출 사업과 함께 국내용 제품 개발을 검토해왔으며, 준비가 마무리돼 국내 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제품은 미국 수출용 ‘찰랑’과 브랜드명만 같을 뿐 국내 소비자 취향과 음용 환경에 맞춰 별도로 개발됐다. 미국 판매 제품은 알코올 도수 16도이며 제로슈거 제품이 아니다. 국가별 음용 문화와 선호도를 반영해 제품 사양에 차이를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카스·한맥 등 국내 맥주를 비롯해 버드와이저·호가든 등 글로벌 맥주, 논알코올 제품, 수출용 소주에 이어 국내용 소주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을 구축하게 됐다.
서울 한 식당에서 소비자가 소주를 따르고 있다.ⓒ뉴시스
◇ 맥주 1위 영업망 활용…소맥·수출까지 시너지 노린다
오비맥주는 찰랑의 출시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국내에 자리 잡은 ‘소맥’ 마케팅이 가능하다. SNS나 식당·주점 등에서 카스와 찰랑이 함께 노출되면서 ‘찰랑+카스’ 조합이 소비자 사이에서 밈이나 새로운 음용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실제로 주류업계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존 제품과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마케팅을 활용한다. 2014년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했을 당시에도 기존 소주 ‘처음처럼’과 함께 마시는 이른바 ‘구름처럼’ 조합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업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오비맥주는 이미 카스를 통해 전국 식당과 주점에 폭넓은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어 찰랑을 신규 영업하는 과정에서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거래처당 취급 제품을 늘리고 영업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출 사업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찰랑의 인지도를 높이고 카스와 함께 소비되는 이미지를 구축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K-소주’와 ‘K-맥주’를 묶어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 향후 글로벌 사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장기적으로는 제주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맥주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업체 중심으로 굳어진 소주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가세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도 기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판로보다 어려운 건 선택…찰랑, 보수적 소주시장 시험대
하지만 주류업계서는 야심찬 오비맥주의 도전에도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국내 맥주 1위인 카스의 영업망을 앞세워 식당과 주점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강점만으로 기존 소주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외식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 1위인 카스의 식당·주점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소주는 소비자가 식당에서 먼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출시 초기 업소용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이미 소주와 맥주를 모두 갖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업소용 시장을 공략해온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소주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상황에서 카스의 영업력만으로 단기간에 판도를 흔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영업망 확보가 곧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거 제주소주를 운영했던 신세계그룹 역시 이마트와 이마트24 등 자체 유통채널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안착에는 실패했다. 판매처를 빠르게 넓혔음에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보수적인 주류 시장을 오비맥주가 어떻게 공략해 낼 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주류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를 견제할 소주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전략에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주, 맥주와 같은 유흥 시장은 충성도가 높은 보수적인 시장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신제품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쉽게 말해 ‘먹던 술’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MS(시장점유율) 1% 올리려면 100억원이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장 공략은 어렵고도 치열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한정된 매대에 술을 넣고 빼는 싸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지난 2022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제품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비방전으로 번지기도 했는데, 이 사례는 주류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욱이 제품 자체의 차별성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찰랑은 제주 화산암반수 등을 앞세우고 있지만, 제주 소주 시장에는 이미 ‘한라산’이라는 대표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한라산 역시 수도권에서는 제주 음식점과 고깃집 등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 이미지와 원수(原水)만으로 소비자 선택을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은 유통망이 있다고 해서 소비자가 바로 브랜드를 바꾸는 시장이 아니다”며 “특히 소주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만큼 결국 찰랑만의 맛과 이미지, 소비자가 실제로 찾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소주 인수 이후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지만, 소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류인 만큼 국내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에서 인지도를 확보해 향후 해외 시장 확대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주는 가정용 채널에서도 많이 소비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경험하는 접점은 식당이나 주점인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출시 초기에는 가정용 채널보다 업소용 시장에 집중해 소비자들이 실제 음용 과정에서 찰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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