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더 쌓고 덜 달군다…삼성 'CUBE' 전략 꺼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9.01 15:42  수정 2026.09.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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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콘 타이완서 용량·최적화·대역폭·효율 4대 기술 방향 제시

HBM5 성능 2배·zHBM 8배 목표…zNAND-O는 2028년 샘플링

최장석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상무)이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세미콘 타이완 2026에서 메모리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CUBE'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기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용량과 대역폭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과 발열까지 줄이는 'CUBE' 전략을 꺼내들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연산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HBM5부터 zHBM, zNAND-O까지 차세대 제품을 앞세워 메모리 기술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6'의 사전 행사인 '메모리 이그제큐티브 서밋'에서 메모리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CUBE 전략을 공개했다. 세미콘 타이완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관하는 글로벌 반도체 행사로, 본행사는 오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다.


최장석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 상무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Capacity(용량) ▲Utilization(최적화) ▲Bandwidth(대역폭) ▲Efficiency(전력·열 효율)를 차세대 메모리 기술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AI 연산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메모리에 요구되는 성능도 복잡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순히 메모리 용량을 늘리거나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와 발열까지 함께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용량 측면에서는 기존의 평면적인 확장에서 벗어나 수직 구조를 적극 활용한다. 최 상무는 "이제 더 이상 PCB 면적에 제한되지 않고, 보드 면적을 키우지 않고도 수직으로 확장해 메모리 용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메모리를 위로 쌓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층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을 줄이기 위해 로직과 메모리 배치를 최적화하고 있다. 수직 구조는 대역폭 확대에도 활용된다. 메모리 다이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 데이터가 이동하는 통로를 넓히는 방식이다. 최 상무는 이를 "수직 고속도로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전력과 열 관리 역시 핵심 과제로 꼽았다. AI 시스템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메모리와 연산장치 사이에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커지기 때문이다.


최 상무는 "3D의 최종 목표는 단일 비트의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라며 "구조적 효율성을 높여 와트당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방향을 HBM5 등 차세대 제품에도 적용한다. 현재 개발 중인 HBM5는 HBM4E 대비 성능을 2배 높이고 와트당 성능은 20%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고성능화에 따라 커지는 발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열 저항도 20% 낮춘다는 계획이다.


HBM 이후를 겨냥한 차세대 제품인 zHBM은 성능과 효율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삼성전자는 zHBM에서 HBM4E 대비 성능을 8배, 와트당 성능을 3배 높이고 열 저항은 75~9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용량 AI 모델을 겨냥한 새로운 낸드 솔루션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zNAND-O는 D램보다 10배 높은 비트 밀도를 제공하면서 기존 낸드보다 읽기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각각 7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장석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상무)이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세미콘 타이완 2026에서 메모리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CUBE'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삼성전자

D램의 빠른 속도와 낸드의 높은 저장 밀도 사이의 격차를 좁혀 거대언어모델(LLM) 등 대용량 데이터를 요구하는 AI 시스템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8년 zNAND-O 샘플링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 개발과 함께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 확보한 생산·사업 경쟁력도 AI 메모리 공략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6%, 마이크론은 25%였다.


낸드플래시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29.3%로 1위를 기록했다.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기업용 SSD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은 전분기보다 70.7% 증가한 약 23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생산능력도 경쟁사보다 앞선다. 옴디아는 올해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을 300㎜ 웨이퍼 기준 연간 약 817만5000장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약 666만장, 마이크론은 약 360만장으로 예상됐다. 낸드 역시 삼성전자 생산량은 연간 약 477만장으로 SK하이닉스·솔리다임의 약 279만장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생산 기반에 HBM5와 zHBM, zNAND-O 등 차세대 제품을 더해 AI 메모리 시장 대응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AI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메모리에 요구되는 용량과 대역폭뿐 아니라 전력과 발열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는 만큼, CUBE를 중심으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고도화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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