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비용’부터 ‘레버리지’까지…김용범, 정책 신뢰 잃고 결국 사퇴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9.01 16:18  수정 2026.09.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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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사표 수리

2차 개각 유임 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

금융·증시 둘러싼 ‘말말말’에 여론 악화

공감 잃은 정책 사령탑…정책기조 바뀔까

2기 개각에서 유임됐던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 만인 1일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실장급 교체다. 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체적인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간 금융 정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등을 둘러싼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한 것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용범 전 실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의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15개월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2기 개각을 단행하면서도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진은 유임했다.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을 교체했지만, 사실상 정책 컨트롤타워인 김용범 전 실장은 남겼단 점에서 시장에선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단 의미로 해석됐다.


최근 발표된 정부 최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도 김 전 실장이 주도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다음날인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정책 및 증시를 둘러싼 여론 악화와 책임론 등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결국 추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용범 전 실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경제·산업·재정 정책을 비롯해 주요 국정과제 조율을 맡았다.


하지만 금융·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반도체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AI 국민배당금’ 구상부터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는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치러야 할 성공의 비용”이라는 발언으로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또 “우리나라 (증시) 변동성이 큰 건 개인투자자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금융권 안팎으로는 이번 사퇴의 결정적 도화선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를 꼽는다.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전 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증시 급등락까지 맞물리며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오히려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놓고 투자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융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 이른바 ‘관치금융’ 논란에서도 김 전 실장은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은행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특권만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닌 계약의 이행인데, 왜 민간 영역에 대한 부당한 개입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존 낡은 신용평가 틀을 깨야 한다”고 신용등급 기반의 금융권 수익 구조와 영업 방식을 지적한 바 있다.


민간 금융사들을 사실상 ‘준공공기관’으로 통제 아래 두려는 그의 발언에 시장 경제를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금융권에선 이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의 표명에 즉각 응답한 것은 악화한 민심을 수습하고 정책 기조의 쇄신을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이 정부 정책의 방향성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을 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민심이 악화한 상황에선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정책실장 교체가 단순 인적 쇄신에 그칠지 여부다. 부정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기존 경제정책의 틀을 유지할지, 방향을 수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의 사퇴에 따라 정책실장 후임 인선을 포함한 청와대 정책라인의 연쇄 이동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전 실장의 정책 기조가 이재명 대통령과 궤를 같이한 만큼 대대적인 전환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아직 구체적인 후임 인선 계획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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