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뇌전증 신약에 1조 베팅한 SK바이오팜…"R&D 시간 번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8.26 17:25  수정 2026.08.26 17:34

안전성 뛰어난 '오파칼림' 뇌전증 신약 2중대 구축

벌어들인 시간과 돈, 미래 블록버스터 신약에 투입

이동훈 사장 "우리 경쟁자는 美 등 글로벌 빅파마"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SK바이오팜이 1조원 규모 기술수입(L/I)을 통해 뇌전증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잘 하는' 부분에 집중해 현금 창출력을 공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벌어들인 돈으로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계속해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내놓는 '빅바이오텍'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6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서 지난해 연말까지 (엑스코프리에 이은) 세컨드 프로덕트를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이 8개월 미뤄졌다”며 “새 파이프라인인 오파칼림이 들어오면 앞으로 14~15년 동안 풍부한 현금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는 여력 차원에서 보면 훨씬 더 호흡이 길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나아가 뇌전증 분야에서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질병 조절 치료제(DMT) 개발을 이뤄낼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서 유럽에서 빅파마와 중추신경계(CNS) 분야에 있는 비교 기업군(피어그룹)과 경쟁하겠다”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이날 미국 바이오텍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칼륨채널(Kv7) 기전으로 작동하는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의 전 세계 라이선스 권리를 기술수입했다. 선급금(업프론트)을 포함한 최대 거래 규모는 약 1조996억원(7억9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번 인수로 SK바이오팜의 CNS 파이프라인은 두터워졌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 안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작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이다. 이때 SK바이오팜의 기존 제품인 엑스코프리는 나트륨 전류 채널(INaP)을 막아 뇌를 더 이상 흥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에 진정에 도움을 주는 가바(GABA) 수용체를 활성화해 중증 발작까지 억제할 수 있다.


여기에 전혀 다른 치료 기전으로 작동하는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을 추가하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을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적은 부작용이다. 엑스코프리의 경우 약효가 강한 만큼 부작용도 빈번했다. 그간 SK바이오팜이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하는 뇌전증 전문의를 중심으로 엑스코프리 처방 채널을 뚫어온 이유다.


(왼쪽부터) 최우진 SK바이오팜 US BD 담당, 이 사장,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 SK바이오팜 경영진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QNA)을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반면 오파칼림은 칼륨채널(Kv7)을 활성화해 신경을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뇌를 진정하게 만든다. 가바를 건드리지 않는 만큼 부작용이 덜하다. 글로벌 임상 2/3상에 이어진 공개 연장 연구(OLE) 예비 데이터에서 오파칼림의 우수한 내약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어지럼증과 같은 이상반응(AEs) 발생 확률이 낮고,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경증에 그쳐 자연 소실됐다는 점에서다.


그런 만큼 두 개의 뇌전증 파이프라인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현재 엑스코프리 처방의 80%가 뇌전증 전문의에서 나온다”며 “우리가 확대해야 하는 제너럴 뉴로(일반 신경과)는 부작용 이슈를 가장 많이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코프리와 함께 복합 제제를 고려하거나 적응증을 넓히는 식으로 우리의 운동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내약성은 경쟁 약물인 미국 제논의 칼륨채널 기전 기반 뇌전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 '아제투칼너'와 비교했을 때 오파칼림이 충분한 시장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배경이기도 하다. 제논은 오는 3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아제투칼너의 품목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은 “아제투칼너의 가장 큰 문제는 임상 부작용 레이트(비율)가 높다는 것, 즉 안전성”이라며 “이건 제논이 가진 매커니즘 때문인데 우리 약(오파칼림)은 뇌 부작용이 현저히 낮으면서 약효는 동등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파칼림은 제논이 가진 단점을 메이크업(개선)하는 만큼 1~2년 늦더라도 시장 장악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서 계속해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출시하는 제약 바이오 회사로 자리매김하곘다는 전략이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단일 제품만으로도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중추신경계(CNS) 저분자 신약과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왔다. 자체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외부 물질 도입을 통해 신약 개발이 필요한 돈과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 부문장은 “우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관점으로 이번 오파칼림 기술수입 거래(딜)를 검토했다”며 “저희 예상으로는 2029년에는 미국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도 특허 연장 가능성이 큰 만큼 오는 2030년까지 포텐셜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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