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연안해운, ‘공동선주’ 제도로 해법 찾아야”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8.25 17:43  수정 2026.08.25 17:43

25일 해운조합 ‘내항해운 발전 토론회’

고병욱 KMI 연구위원 “투자 혁신 필요”

일본 ‘JRTT’ 선박공유건조제도 소개

가칭 ‘대한연한선주’ 모델 제시

선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안선박의 노후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조 선가 상승과 국내 중소조선소 역량 약화, 연안선사의 재무 여건 악화가 겹치면서 기존 선박 투자 지원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안해운의 선박 현대화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선박을 공동 소유하는 ‘K-연안해운 공동선주’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내항해운 미래발전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연안선박 투자의 혁신 필요성과 새로운 모델 제안’을 주제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연안해운은 국가 필수 운송서비스이자 도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고 위원에 따르면 2025년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1260만명, 차량 수송은 306만대에 달했다.


전국 3390개 섬 가운데 유인섬은 480개다. 이 중 미연륙섬은 377개로 79%를 차지한다. 연안여객선 운항은 섬 지역 주민의 정주 여건을 보장하고 해양영토 주권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안화물선 역시 국가 물류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25년 연안화물선 수송량은 1억1575만3000t으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유류가 3660만9000t으로 31.6%를 차지했고 철강 1586만t(13.7%), 광석 1465만9000t(12.7%), 시멘트 1393만3000t(12.0%) 순이었다.


연안해운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단위 수송비 측면에서도 도로 운송보다 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선박의 노후화다. 2025년 말 기준 연안화물선 1908척 가운데 40년 이상 된 선박은 334척으로 17.5%를 차지했다. 특히 예인선은 564척 중 252척이 40년 이상으로 44.7%에 달했다.


연안화물선은 법적인 퇴출 선령 규제가 없고 선령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유조선은 법적 규제는 없지만 정유사와 석유화학사가 30년 이상 선박의 부두 입항을 제한하는 등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기준이 작동하고 있다.


선박 현대화를 지원하는 정책금융도 변화한 여건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안선박현대화 이차보전사업과 연안선박현대화펀드는 각각 연안선사의 이자 부담을 낮추거나 선박 투자자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한국해운조합(이사장 이채익)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한민국 내항해운 미래발전전략 정책 토론회’를 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2013년 이후 정책금융 지원으로 연평균 15.2척을 신조했지만 최근 건조가격 상승과 국내 조선소 부족, 연안선사의 영세성 등으로 기존 지원 방식의 효과가 약화했다. 2020년까지 연평균 18.4척이 건조됐지만 2021년부터는 연평균 10.2척으로 감소했다.


외부 여건도 나빠졌다. 코로나19 이후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신조 선가가 50% 내외 올랐고 중국 등 경쟁국 조선소와 비교해 국내 중소조선소의 경쟁 열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소조선소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관련 기자재 생태계도 훼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2년간 이차보전사업을 통한 신조는 2025년 2척, 2026년 3척에 그쳤고 현대화펀드는 민간 건조 선박 없이 정부 발주 여객선에만 활용됐다.


이에 고 연구위원은 일본의 JRTT(철도건설·운수시설정비지원기구) 선박공유건조제도를 참고한 ‘K-연안해운 공동선주’ 모델을 제안했다. JRTT는 중소 해운사업자의 담보와 기술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선박 건조비용의 70~90%를 부담하고 사업자는 10~30%를 부담한다.


선박 건조 이후 공유지분을 설정하고 공유기간이 끝나면 JRTT 지분을 사업자에게 넘긴다. 기술 연구와 정부기관 연계, 현장 기술지원도 함께 제공한다.


국내 모델은 가칭 ‘대한연안선주’ 형태의 공동선주를 두고 국내 중소조선소와 연안선사,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구조다. 공동선주와 연안선사가 선박을 공동 소유하고 연안선사는 선박을 빌려 운항한다.


계약기간은 12~15년으로 설정하고 계약이 끝나면 선박 소유권을 연안선사가 단독으로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 연구위원은 선박별로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 위원은 “우선 시급한 선박투자 지원정책으로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의 담보 인증비율을 키우고, 현대화 펀드 제도 또한 정부 부담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며 “국내 여건을 고려한 중소조선사 사업성 검증·지원 등 공급 축인 중소조선소 지원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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